[한스경제 김서연] “최근에는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다 되니까 실물 통장을 발급받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젊은 분들은 거의 없거든요. 체크카드만 있으면 사실상 통장은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제는 은행 문 열자마자 방탄소년단 적립식 통장을 만드시려고 20, 30대 고객들이 오셨어요. 지점별로 좌수에 한정이 있다는 것을 고객분들이 아셨는지 점심 지나서는 다른 지역에서도 고객들이 오셨고요.” (국민은행 A지점 행원)

방탄소년단, 워너원, 빅뱅의 지드래곤(GD)이 2030 유스(Youth) 고객을 은행 영업점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평균 연령이 ‘확’ 낮아진 은행 광고모델들이 지갑 속 체크카드에 얼굴을 비추면서 2030 고객의 영입에 있어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방탄소년단의 콜라보 상품인 ‘KB X BTS적금’과 ‘KB국민 BTS체크카드’. 사진=국민은행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전날 방탄소년단과의 콜라보 상품인 ‘KB X BTS적금’과 ‘KB국민 BTS체크카드’를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올해 말까지만 발급되는 상품이나, 출시한지 하루 만에 인기를 끌고 있어 조기판매도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한 행원은 “지점 규모에 따라 50개, 100개 한정을 두고 있다보니 첫날부터 고객이 몰린 것 같다”며 “30대 후반이신데 (방탄소년단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저희 은행과 새로 거래를 트는 고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KB X BTS적금’은 초회 1만원 이상 매월 100만원 이하 금액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 1년제 자유적금이다. 적금 기본이율은 1.7%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우대이율까지 받으면 최고 연 2.3%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 데뷔일 및 멤버들 생일에 입금한 금액에 대해 특별 우대이율이 제공되는 것이 이 상품의 특징이다.

‘KB국민 BTS체크카드’는 전월 이용실적 조건 및 적립한도 제한 없이 국내가맹점 이용시 0.2%를 기본 적립해준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국민은행은 지난 1월 방탄소년단을 홍보모델로 발탁했다. 발탁이 되자마자 방탄소년단 관련 상품을 문의하고 가입 의사를 밝힌 고객들이 줄을 이을 정도였다. 방탄소년단이 국민은행 모델로 선정된 올해 초부터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지만 출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신한은행이 지난 2월 아이돌 워너원을 홍보모델로 낙점한 후 약 한 달 만에 3월 입출금 통장과 예·적금 통장, 체크카드를 선보인 것과는 대비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유치 실적은 방탄소년단 기획사와 은행과의 협약에 의해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방탄소년단이 신보를 내는 과정에서 관련 상품 출시가 늦어졌는데, 앨범을 발표한 후 빌보드 차트 1위를 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 관련 상품이 나오다보니 결과적으로는 (홍보에 있어)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에 앞서 각각 워너원과 지드래곤(GD)을 적금 및 체크카드에 입힌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신한은행 '워너원 체크카드'.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에 따르면 19일 기준 워너원 입출금 통장은 2만4827좌, 예·적금 통장은 1만2927좌, 체크카드는 9만9469좌가 개설됐다. 특히 체크카드의 경우 9일 만에 사전예약 5만좌를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기업은행 'GD카드'. 사진=기업은행

기업은행과 GD가 손을 잡고 만든 ‘GD체크카드’ 역시 지난 2월 22일 출시돼 약 네 달 만에 7만2500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다(22일 기준).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한 체크카드로, 주 고객층이 젊은 만큼 주요 음원 사이트, 온라인 쇼핑몰 할인 등 카드 혜택이 온라인 서비스에 집중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카드 제작 과정에 연예인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 상품이나 마케팅과 차별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팬들에게 방탄소년단·워너원·GD 적금, 체크카드가 ‘금융 굿즈’(goods·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브랜드와 연관된 상품)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것은 아닌데, 단지 기념으로 갖는 것이기 때문에 일명 ‘장롱 체크카드’가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어렵사리 확보한 신규 고객이 꾸준히 쓰고 싶게 만드려면 차별화 된 혜택이 필요해 보인다.

한 홍보업계 종사자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예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쁘기만 하면 수익성을 생각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유명한 홍보모델만 믿지 말고, 이렇게 대박을 터뜨린 상품일수록 반짝 빛나다 그치지 않으려면 고객의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이 필요하다”며 “일례로 방탄소년단의 데뷔일 및 멤버별 생일에 입금하면 우대이율을 주는 부분은 팬들 입장에서도, 이들 고객과의 거래를 오래 이어가려는 은행 입장에서도 머리를 잘 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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