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2위 롯데 신라 바짝 추격…3사 경쟁 해외서 불 뿜을 듯

[한스경제 변동진]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출국장 면세점 2곳을 두고 벌인 경쟁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승리했다. 이들 사업장이 연매출 1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범삼성가 딸들의 승부'외에 국내 면세업계 판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연합뉴스

관세청은 지난 22일 인천공항 T1 출국장 DF1(화장품·향수)와 DF5(패션·피혁) 사업자로 신세계면세점을 선정했다.

신세계면세점은 DF1 심사에서 신라면세점(815.60점)보다 높은 879.57점을 기록했다. 또 DF5에서는 880.08점을 받아, 신라(807.51점)를 제쳤다.

이로써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T1에서 기존 DF7(패션·잡화)을 포함해 모두 4개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두 사업장을 모두 거머쥠에 따라 1·2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뒤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면세점 점유율 현황. /한스경제

◇ '1조' 품은 신세계, 국내 면세사업 판도 변화 불가피

국내 면세점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 41.9%, 신라면세점 23.8%(HDC신라면세점 포함 시 29.7%). 신세계면세점 12.7% 순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신세계면세점의 점유율이 22%까지 뛸 것으로 예상했다. DF1와 DF5의 지난해 매출액은 9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면세사업 총 매출 128억348만달러(약 14조2200억원)의 6~7%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달 시내면세점인 강남점(센트럴시티)까지 오픈 예정이다.

반면 두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면세점은 올해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는 지난 2월 높은 임대료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DF1와 DF5에서 조기 철수했다. 이번 입찰이 진행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24%를 유지할 전망이다.

아울러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3사의 경쟁은 해외에서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이달 말 각각 베트남과 홍콩에 점포를 열고 동남아 시장에서 격돌한다. 이들은 다음 달 23일에 마감하는 대만 타오위안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참가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현재 자카르타시내점, 괌공항점, 간사이공항점, 도쿄긴자점, 방콕시내점, 다낭공항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17위 브랜드 호주 ‘JR듀티프리’ 인수합병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JR듀티프리는 2016년 기준 호주와 뉴질랜드, 이스라엘, 타히티 등에서 6억7000만유로(약 8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글로벌 2위인 롯데(47억8300억유로)가 JR듀티프리 인수에 성공하면 세계 1위 듀프리(72억9800억유로)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

신라면세점도 오는 28일 홍콩 첵랍콕공항점을 정식 개장한다. 이외에도 창이공항점, 마카오공항점, 푸껫시내점, 신주쿠시내점 등 4곳의 해외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점포 수는 더 적지만 신라는 지난해 해외에서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롯데(1400억원)를 앞섰다. ‘아시아 3대 공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홍콩 첵랍콕공항 등 규모가 큰 점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신라·신세계, 해외 경쟁 가시화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인천공항 T1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서 그간 약점으로 지목됐던 국제공항 내 전품목 취급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덩치도 커지면서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 시 구매 협상력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야 한다”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신규입찰과 인수전에 무조건 도전하는 이유도 철저하게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사업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 사업자가 해외 면세점을 두고 경쟁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우선 인천공항 면세점 DF1와 DF5, 시내면세점 강남점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신규 매장들이 자리를 잡는다면 구매 협상력도 커지기 때문에 향후 해외 시장 진출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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