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다시 한 번 걸그룹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지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용이한 걸그룹을 홍보모델로 기용하면서 친숙함을 어필한다는 각오다.

■ ‘태연’부터 ‘씨스타’까지…걸그룹 모델 변천사

걸그룹과 게임과의 인연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임빌은 2007년 피처폰 전용 슈팅 게임 '물가에돌튕기기3'를 출시하면서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을 메인 모델로 기용했다. 당시 소녀시대가 막 데뷔했고 TV용 게임 광고가 전무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 소녀시대 태연이 출연한 물가에돌튕기기3 CF. 게임빌 제공

 

당시 게임빌은 물수제비 놀이를 모바일 게임화 한 물가에돌튕기기3의 귀여운 캐릭터와 발랄함이 태연과 어울려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광고는 같은 해 10월부터 케이블TV를 통해 송출됐다.

2010년 NHN(현 NHN엔터테인먼트)은 게임포털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했던 액션 RPG ‘그랑에이지’의 홍보모델로 f(x)를 선정했다. NU 예삐오(NU ABO)로 활동하던 f(x)는 6개월간 그랑에이지의 홍보 활동과 캐릭터 소개영상, 퀘스트 NPC 등 게임 내 캐릭터로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서비스했다가 현재 운영을 중단한 ‘라임 오딧세이: 모험의 시작’은 2013년 헬로비너스를 모델로 발탁했다. 싸이칸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헬로비너스의 생기발랄한 매력과 게임의 모험성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헬로비너스는 게임 내 팬미팅을 갖는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유저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 헬로비너스가 홍보모델로 선정됐던 '라임 오딧세이: 모험의 시작'. 싸이칸엔터테인먼트 제공

 

2014년은 게임업계와 걸그룹간 시너지가 가장 빛났던 한 해다. 특히 이 시기부터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무명의 걸그룹을 기용했던 전례와 달리 인기 스타를 활용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뤘다.

라임 오딧세이를 통해 게임업계에 이름을 알린 헬로비너스는 지난해 레드사하라의 모바일 RPG ‘불멸의 전사’로 다시 한 번 메인모델을 꿰찼다. 레드사하라는 헬로비너스의 멤버 유영, 엘리스, 나라를 각각 방어형, 치유형, 마법형 게임 캐릭터로 등장시키며 시너지 효과 창출에 주력했다.

한빛소프트는 모바일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 ‘풋볼 클럽 매니저 모바일 2014’의 홍보모델로 베스티의 혜령을 내세웠다. 혜령은 홍보모델 발탁 당시 tvN의 예능 ‘코미디빅리그’ MC를 맡은 바 동시에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구가했다.

모바일 RPG ‘영웅의 군단’은 게임성 뿐만 아니라 걸그룹 모델 세대교체로도 화제롤 모았다. 실제로 걸스데이, 에이핑크, 시크릿 등 인기 걸그룹들이 영웅의 군단을 거쳐갔다.

▲ 왼쪽은 '풋볼 클럽 매니저 모바일 2014' 홍보모델 베스티 혜령. 그랑에이지는 f(x), 영웅의 군단은 에이핑크(오른쪽 아래)를 각각 모델로 세운 바 있다. 한빛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넥슨 제공

 

게임빌은 지난해 자사의 RPG ‘별이되어라’에 오렌지캬라멜을 모델로 선정하면서 다소 무거운 느낌을 줄 수 있는 관련 장르의 편견을 불식시켰다.

▲ 영웅 for kakao 씨스타 다솜의 황진이 콘셉트 CF. 네시삼십삼분 제공

 

네시삼십삼분도 인기 걸그룹 씨스타를 자사의 모바일 RPG ‘영웅 for kakao'의 모델로 내세우며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 시켰다. 다솜(황진이), 효린(클레오파트라), 보라(잔다르크) 등 멤버 콘셉트에 맞는 영웅을 부각시킨 광고로 씨스타의 건강미를 기반으로 한 섹시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 ‘男모델 천하’에서 또 다시 ‘걸그룹 시대’로

올 들어 상반기를 기점으로 게임업계의 관심은 충무로 남성 배우들에게 쏠렸다. 넷마블게임즈가 '레이븐 with NAVER'의 메인 모델로 배우 차승원을 내세우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자 남성 모델이 공식화 되기에 이른다.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정민(애스커), 차승원(레이븐), 이정재(고스트), 이병헌(이데아), 장동건(뮤 오리진) 순. 네오위즈, 넷마블게임즈, 로켓모바일, 웹젠 제공

 

실제로 하정우(크로노블레이드), 이병헌(이데아), 정우성(난투), 이정재(고스트), 황정민(애스커), 장동건(뮤 오리진), 김남길(대륙 온라인) 등 충무로와 브라운관의 티켓 파워를 쥔 남성 배우들이 게임 홍보모델로 기용됐다. 이후 올랜드블룸(로스트킹덤), 리암 니슨(클래시 오브 클랜) 등 헐리웃 배우가 메인 모델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듯, 최근 게임업계는 걸그룹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미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달 영웅의 군단의 ‘리버스(Rebirth) 업데이트’를 실시하면서 AOA를 홍보 모델로 선정했다. 최근 루나폰을 통해 CF퀸으로 떠오른 설현과 언프리티랩스타에서 활약한 지민,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귀여움으로 어필했던 초아까지 총 출동시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기대하게 됐다.

▲ 넥슨의 영웅의 군단은 최근 홍보모델로 AOA를 영입했다. 넥슨 제공

 

더불어 넥슨은 서울 서초구 더케이아트홀에서 영웅의 군단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돌의 군단’ 콘서트를 개최하고 역대 모델 걸스데이·시크릿과 AOA를 초청해 팬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AOA는 모바일 프로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컴투스 프로야구 for 매니저’의 메인 모델로도 활동하며 게임업계에서의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10주년을 맞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온라인 레이싱 게임 ‘테일즈런너’의 경우 걸스데이를 모델로 선정하고 장기 흥행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걸스데이 공식 모델 선정을 기념해 오는 31일까지 ‘혜리 EXP 패키지’ ‘민아 TR 패키지’ ‘소진 행운 패키지’ ‘유라 아누비스 패키지’ 등의 이벤트 아이템도 출시했다.

▲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최근 테일즈런너의 모델로 걸스데이를 발탁했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제공

 

이 밖에도 추콩코리아는 모바일 RPG '가디너스'의 홍보모델로 스텔라를 내세우며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일렉스테크놀로지는 모바일 전략 게임 '클래시 오브 킹즈'의 홍보 모델로 EXID의 하니를 선정했고, 엔터메이트는 서비스를 앞둔 모바일 RPG ‘이니시아 네스트’의 공개 테스트에 앞서 걸그룹 마마무의 OST를 공개하기도 했다.

▲ 스텔라를 기용한 가디너스. 추콩코리아 제공

 

업계의 관계자는 “하반기 최절정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던 남성 게임모델 경쟁이 순식간에 변화 국면을 맞았다”며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남성 배우의 모델료와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면서 게임업계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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