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건 전문가 "글자 크기·색 등 규정해야"
일동제약 '아로나민' CF, 부작용 문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출처=일동제약 TV광고 캡처.

[한스경제 김지영] 제약사 대부분이 TV광고 시 의약품 부작용 경고 문구를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2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사는 일반의약품 TV 광고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첨부된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잘 읽고, 의사·약사와 상의하십시오’라는 문구를 3초 이상 방영해야 한다. 이는 제약사 광고심의를 주관하고 있는 제약바이오협회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방영 중이거나 방영됐던 제약사 CF에서 이 문구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제약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사단법인 형태의 제약바이오협회의 회원사에 대한 광고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반의약품 2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기록한 일동제약 ‘아로나민’ CF에는 ‘4년 연속 브랜드파워 1위’, ‘55년 동안 사랑받는 약’ 등의 문구가 화면 중앙에 큰 글씨로 나온다.

반면 부작용 문구는 11초께 화면 하단에 흰색 글씨로 약 3초간 노출된다. 그러나 함께 나타난 '어깨통증', '눈의피로' 등 문구와 비교하면 글자 크기도 다소 작고, 선명도도 낮아 눈에 띄지 않는다.

대웅제약 '우루사'(상), 보령제약 '용각산쿨'(하) CF. 출처=각사 TV광고 캡처.

대웅제약도 간질환약 ‘우루사’ CF에서 초록색으로 효능을 강조한 문구 밑에 흰색 글씨로 부작용 문구를 넣었다. 그러나 한 화면에 나오는 초록색 글씨, 붉은색 간 그림 등 다른 부분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다.

보령제약 또한 호흡기관용약 ‘용각산쿨’ 광고에서 장점과 효능은 잘 보이게 강조한 반면, 부작용 문구는 하단 왼쪽에 흰색으로 작게 표시했다.

이밖에 명인제약 ‘메이킨Q', 광동제약 ’우황청심원‘, 한국 메나리니 ’더마틱스 울트라‘, 코오롱제약 '아프니벤큐' 등 현재 방영되고 있는 광고에서 부작용 문구는 화면 하단에 흰색 글씨로 작게 표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유경 제약협회 광고심의팀장은 “일반의약품 광고 시 경고 문구를 3초 이상 방영해야 된다는 것 외에 글자 크기, 색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15초 동안의 광고를 통해 모든 정보를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자세한 부작용은 약국에서 약사 설명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편의점에서 감기약, 소화제, 해열제 등의 상비약을 판매하며 약사 설명 없이 의약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월 편의점 CU(씨유)가 자사 매출신장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상비약 매출은 매년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복용하면 간 손상과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해열, 통증완화에 효과가 있는 ‘판콜에이’도 오남용하면 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최도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국민의당)은 지난해 12월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도 일반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 보건경제학·간호관리학 교수는 “일반의약품이라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고 문구를 잘 보이지 않게 표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자세한 설명까지 아니더라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고 문구를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면 크기 조절, 색 등을 규정해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작용 문구를 알아보기 힘든 메이킨Q, 우황청심원, 더마틱스 울트라, 아프니벤큐 CF(위부터 차례대로). 출처=각사 TV광고 캡처.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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