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녀 증여보다는 배우자 증여 선호 까닭 들여다보니

[한스경제 김서연]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안 발표로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고차방정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보유세 부담을 질 바에는 차라리 증여를 해야 하는지, 만만치 않은 증여세를 감수한다면 누구에게 증여를 해야하는지 등이 이들의 관심사다. 올해 초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고 보유세 인상이 예고되자 증여로 선회한 다주택자들이 많았는데, 일각에서는 개편안이 확정되면 증여 증가세가 또 다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강남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25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 초안 발표 뒤 시중은행 상속증여센터에는 관련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를 통해 보유세 개편안 4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과세기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포인트씩 올리는 방안, 세율의 누진도를 키워 최고세율을 2.5%(주택 기준)까지 올리는 방안, 이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 1주택자에게는 1안과 같이 공정가액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는 3안과 같이 두 가지를 동시적용하는 방안이다. 발표된 4개의 개편안 모두가 종부세 인상을 뜻하고 있어 어느 안이 선택되든 다주택자들에게는 ‘과세 폭탄’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최종권고안에는 이 중 1가지가 담긴다. 유력시되는 3안과 4안 중 3안을 적용하면 시가 30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로 현재 1년에 462만원을 내고 있는데, 개편이 되면 최대 37.7% 세금이 늘면서 174만원을 더 내야 한다. 시가 20억원 주택의 종부세 부담은 연간 최대 47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각 은행의 상속·증여센터에는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관련 문의를 하는 다주택자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이상혁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차장은 “지난해 정부가 바뀐 이후 부동산 보유세가 개편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고객들이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전에 증여를 많이 하셨다”면서 “증여하실 분들은 그때 이미 웬만큼 하셨지만 보유세 개편안이 이번에 나오자 ‘지금이라도 (증여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의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편안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하나의 ‘안’일 뿐이니 확정이 되기 전까지 관망하는 다주택자들이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원종훈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팀장도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증여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 팀장은 “지금 센터로 들어오는 증여 문의는 종부세 개편안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 4월 1일부터 꾸준히 들어오는 주택 증여 문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토론회에서 최병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증여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배우자 주택 증여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보유세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증여세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이 차장에 따르면 예를 들어 강남 소재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를 하게 되면 5000만원 밖에 공제를 받지 못한다. 증여세만 2억원이 넘게 나오고 취득세가 따로 붙어 실질적으로는 2억40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는 “보유세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1년에 몇천만원씩 늘어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보유세 때문에 증여하는 고객은 아직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녀에게보단 배우자 증여 선호도 높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유세가 부담이 되는 고객들에게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것을 많이 활용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배우자 증여의 경우 기준시가 6억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취득세를 내더라도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득세는 기준 공시가격의 4%에 해당한다. 10억원짜리 아파트라고 가정할 때, 공시가격은 70% 수준인 경우가 많다. 공시가격 7억원의 절반을 준다고 했을 때 3억5000원의 4%를 부담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취득세는 1400만원 정도다. 이 차장은 “취득세 1400만원 부담하고 몇 년 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 입장에서는 절세가 된다”고 말했다.

원 팀장 역시 “자녀 증여보다 배우자 증여가 더 의미가 있다”며 “종부세가 각자 기준으로 과세를 하기 때문에 배우자 증여를 1순위로 선택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이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종부세’라는 의견에 대해 부담은 늘었지만 ‘징벌적’ 성격까지는 아니라는 견해도 나왔다. 참여정부 때 과세됐던 종부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원 팀장은 “1주택자의 경우 시세가격 기준 20억원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거의 영향이 없다고 본다”며 “다주택자이면서 2주택 이상인 고객들이 10억원짜리 집이 여러채 있으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기존의 집값 상승까지 고려하면 종부세 늘어난 것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고 꼬집었다.

한 부동산업 관계자는 “증여시 취득세가 부과돼도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믿음이 있어 증여가 일어나고 있다”면서도 “집값 하락 시그널이 분명해지고 보유세 인상 방침이 확정되면 ‘팔자’로 선회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소위는 이번 주 한차례 마지막 토론을 거친 뒤 다음 달 3일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 최종권고안을 확정하고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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