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감원-금융권 관계 빗댄 '제 식구 봐주기' 의혹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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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 김동우] 은행권의 대출금리 조작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금리를 조작한 은행명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대출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부당하게 받아낸 이자를 자체적으로 환급하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이지만 핵심은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대한 금융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25일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과 관련해 “가산금리 항목은 시장상황 및 경기변동 등을 적시에 반영해 주기적으로 재산정하는 등 합리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며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 값을 적용하거나 시장상황 변경 등 합리적 근거없이 인상한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2월부터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에 적용되는 가산금리 산정과 관련해 검사를 진행했다. 지난 21일 금감원이 발표한 점검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가산금리 부과 및 우대금리 운용 등을 임의대로 산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서는 행원의 단순실수 사례를 포함해 불합리하게 대출금리가 산정됐다고 간주하는 대출이 수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번 발표에서 금리조작 사실이 있었던 은행을 ‘일부 은행’이라고만 표현하며 은행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하기가 힘들다고 항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과 관련해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이 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명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은행명에 대해서는 아직 원 내부적으로도 디테일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를 산정할 때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 A라는 요소를 은행이 0.5%만큼 부풀렸을 경우 영업점에서 마진을 0.6% 감면한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0.1%의 이득을 봤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대상과 금액이 확실히 파악되고 은행이 잘못했다는 사실이 확정되면 은행명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제 식구 감싸기인가"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의 잠재적 일자리가 금융권이라는 관행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확대돼왔고 금리산정 체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져왔다. 감독원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가 궁금하다”며 “감독기관이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은행권과 감독원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대출금리 산정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왔던 만큼 금감원의 점검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은행별 대출금리 점검을 진행해왔지만 이번처럼 대출금리 산정체계 하나만을 가지고 점검을 진행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 2014년 1.44%에서 2017년에는 1.90%로 0.46%포인트가 확대됐다. 평균 가산금리 역시 2014년 말 0.98%에서 2017년 말 1.50%로 0.52%포인트가 늘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부분과 같이 묶어서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출금리 산정 하나만을 테마로 한 점검은 없었다”며 “특정항목에 대한 산출이 잘못된 경우 그 부분이 바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들에 더 포커싱을 맞춰왔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은행명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금리조작 사실이 없었던 은행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저희쪽에서는 금리조작 사실이 없었는데 점검대상 9개 은행으로 같이 묶이면서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며 “은행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도 곱지않아 금감원측의 발표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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