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2018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성적은 참담했으나 외화는 날개를 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올해 개봉작 중 유일한 천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올 초 시작된 ‘미투’ 열풍은 영화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영화계를 휩쓴 이슈를 키워드로 알아봤다.

# 한국 영화 위기

올 상반기 한국 영화 시장은 처참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작품은 ‘그것만이 내 세상’ ‘리틀 포레스트’ ‘곤지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독전’이 전부다. 가정의 달 5월에 맞춰 개봉한 ‘챔피언’ ‘레슬러’ 등 가족 관객층을 겨냥한 작품들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한 투자 배급사 관계자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나 그 동안 다뤄진 작품에 관객들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흥행 실패 이유를 짚었다. 계속되는 한국영화 가뭄에 투자배급사들은 한국영화의 부진에 몸살을 앓았고 “라인업을 짜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마블 독점

가뭄에 시달린 한국영화와 달리 마블영화는 날개를 달았다. 올 초 개봉한 ‘블랙 팬서’(539만 명)를 시작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19만 명), 청불영화 ‘데드풀2’(378만 명)까지 흥행을 과시했다. 마블 영화는 아니지만 지난 6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도 외화 열풍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514만 명을 기록한 이 영화는 개봉 첫 날 118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다.

마블과 외화만 흥행 독주를 이어간 가운데 5월 극장 관객 수는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5월 영화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5월 총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9%(279만명↓)이 줄어 1589만 명을 기록했다. 3대 멀티플렉스 극장(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이 마블영화에 스크린과 상영횟수를 몰아준 데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에 맞춰 관람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윤인호 홍보팀장은 “최근 몇 년 간 마블영화가 4~5월 개봉하고 대작 한국영화들이 여름 성수기(7~8월), 추석 등 명절에 개봉해왔다”며 “사실 상 상반기에는 대작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단순하고 볼거리가 많은 마블 영화로 쏠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2년 4월부터 ‘어벤져스1’, ‘어벤져스2’가 개봉하며 마블 팬들 사이에서는 ‘상반기=마블’이라는 공식이 생겼다”면서 “또 그만큼 한국영화 대작들이 상반기에 개봉하지 않는다. 마블을 피해 라인업을 짜는 것도 독점의 이유가 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미투

올 초 대한민국을 뒤흔든 미투 운동은 영화계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계 절친한 사이인 김기덕 감독-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배우들이 등장해 파문이 됐다. 지난 3월 MBC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과 조재현, 조재현 매니저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했다. 김 감독은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조재현 역시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재일교포 여배우 A씨를 상습 공갈과 공갈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 뿐 아니라 ‘흥부’ 조근현 감독,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 ‘연애담’ 이현주 감독, ‘야간비행’ 이송희일 감독 등이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감독 뿐 아니라 오달수, 최일화 등 연극계 출신 영화배우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신과 함께2’ ‘협상’ 등이 재촬영을 감행했다.

미투 운동은 남성의 권력 중심으로 흘러간 영화계의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여성을 상품화한 홍보 마케팅 역시 지양하는 추세며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영화 ‘독전’의 김성령이나 ‘마녀’에서 조민수가 분한 캐릭터는 원래 남성이었으나 여성으로 바뀌었다. ‘독전’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여성 캐릭터들이 점점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종서-김다미

신인 여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 유아인, 스티븐 연과 함께 한 영화 ‘버닝’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데뷔 전부터 화제가 됐다. 전종서는 ‘버닝’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 칸으로 출국 전 아쉬운 태도로 논란에 휩싸였다. ‘버닝’ 배우들의 출국하는 모습을 담는 사진기자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는가 하면 옷으로 얼굴을 가려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대중에게 아직 생소한 이름인 김다미 역시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에서 원톱 여주인공 역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자윤 역에 발탁돼 고난도의 액션과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최우식은 “연기가 어마어마했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하지 않았다”며 호평했다.

#공포영화 부활

상반기 영화계는 그 동안 뜸했던 공포영화가 다시 부흥을 맞은 때이기도 하다. 지난 3월 개봉한 ‘곤지암’은 류승룡, 장동건 주연의 경쟁작 ‘7년의 밤’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제치고 흥행에 성공했다. 누적 관객 수 257만 명으로 손익분기점(60~70만 명)의 네 배 이상 수익을 거뒀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곤지암’의 흥행에 대해 “1020 세대 관객들을 중심으로 한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다. 실제로 SNS에는 ‘곤지암’ 관련 후기가 이슈로 떠오르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곤지암’의 뒤를 이어 괴수의 이야기를 담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진실게임 소재 ‘트루스 오어 데어’, 오컬트 영화 ‘유전’까지 어느 해보다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개봉해 호러마니아들을 열광케 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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