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日 산토리 저도주 '하이볼'로 대성공...대중화에 성패 달려

[한스경제 변동진]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이 2008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시장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원액부족’ 사태까지 발생할 정도로 호황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위스키 제조업체 산토리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국제 주류 연구기관인 IWSR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판매량(추정)은 158만6975상자(1상자=9ℓ)로 2008년 286만1000상자 대비 44.5%(127만4025상자) 감소했다.

국내 정통 위스키 출고 현황. /한스경제

특히 정통 위스키 출고량의 경우 2014년 157만상자에서 2015년 135만상자, 2016년 110만상자로 줄었으며, 지난해에는 89만상자로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위스키 시장

위스키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업체들의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조니워커·윈저로 잘 알려진 디아지오코리아의 2016년 회계연도(2016년7월~2017년6월) 매출은 3257억원으로 전년(3420억) 대비 4.8%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8억원으로 29.1% 감소했다.

발렌타인·임페리얼을 판매하면 페르노리카는 2012~2013 회계연도 3243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6~2017 회계연도에는 1965억원으로 3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7억원에서 319억원으로 44.7% 줄었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시장 축소 원인을 ‘저도주 문화’으로 꼽는다. 우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기업들은 접대비를 줄였고, 유흥업소를 찾던 고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게다가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지난해부터 거세진 홈술·혼술 열풍, 수입맥주 확산도 악재로 작용했다.

또한 올해는 ‘미투 열풍’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음주를 하는 회식 문화까지 급격히 위축돼 시장 환경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일본 시장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일본 위스키 시장은 16만㎘규모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이는 2008년 대비 2배 이상 커진 규모다. 전문가들은 산토리주류의 ‘하이볼’이 위스키 대중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산토리 가쿠빈(왼쪽)과 산토리 하이볼. /이마트

앞서 이 회사는 저도수를 즐기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알코올 도수를 8도로 낮추고, 청량감까지 더한 ‘산토리 하이볼’을 출시했다. 특히 발매 초기 500엔대인 생맥주보다 저렴한 400엔대로 내놓는 등 가격부담도 줄였다. 그 결과 위스키 대중화에 성공, 심지어 캔 제품도 등장했다.

하이볼의 폭발적인 수요 급증으로 산토리는 원액부족 현상이 발생, 인기 제품 ‘하쿠슈 12년(白州)’과 ‘히비키 17년(響17年)’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남은 원액을 ‘야마자키’와 ‘산토리 카쿠(무연산) 하이볼’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마케팅 방향을 대중화와 최고급화로 양분한 것이다.

'원액부족' 일본 사례 벤치마킹 늘어

국내에서도 일본을 벤치마킹한 사례가 늘고 있다.

토종기업인 골든블루의 지난해 매출은 1605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8%, 19.6%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2012년부터 ‘연산 표시’를 없애고, 제품의 맛과 향을 2030세대 입맛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주력 제품인 ‘골든블루 사피루스’는 지난해 25만2951상자가 판매돼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위스키 골든블루 사피루스. /골든블루 홈페이지

이밖에 세계 1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전국 100여곳 레스토랑에 ‘글렌피딕 하이볼’을 선보이고 있다. 디아지아코리아는 조니워커에 토닉워터와 레몬 시럽을 섞어 칵테일로 마시는 ‘조니 레몬’과 홈술·혼술족을 위한 소용량 제품(200㎖)을 편의점에서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양주는 음지에서 마신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이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선술집이나 바, 레스토랑 등 어디서 위스키를 접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며 “여기에 하이볼까지 등장하면서 산업 전체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대중화와 고급화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아야 한다”며 “연산 표기 여부를 비판하던 글로벌 주류회사들이 최근 무연산, 저용량, 블랜딩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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