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형제간 분쟁 끝내려면 지배구조 개선 '필수'...日롯데 영향력 줄여야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인 5번째 표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달 29일 주총 패배 직후 "롯데의 사회적 신용, 기업가치 및 관련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롯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인 5번째 경영권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연합뉴스

이에따라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풀기 위한 최대 현안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꼽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함께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중 롯데지주는 신 회장이 10.47%의 지분을 보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사주가 40.17%에 달하는 반면, 부친 신격호 명예회장과 형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2.86%, 0.15%로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2.28%)는 호텔롯데(8.84%)와 롯데알미늄(4.67%), L제2투자회사(1.35%), L제12투자회사(0.72%) 등 자회사를 통해 롯데지주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신 회장은 구속 상태에서도 지난달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승리했다. 이를 감안하면 신 회장에 대한 일본 롯데 경영진 및 주요 주주들의 지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롯데지주 장악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 위해 '호텔롯데 상장' 필수

그룹 지배구조의 또 다른 축인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의 절대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 일본 롯데(롯데홀딩스, L1~L12 투자회사)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가 1, 2대 주주로 있는 롯데물산은 지난해에만 2조929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캐시카우’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다.

결과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의 지분율을 낮추는 것과 함께 롯데지주 자회사 편입작업 등을 완수해야만 지배구조 개선이 사실상 완성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상장 시 지분 20% 이상을 사들일 것으로 관측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비상장 자회사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 회장은 2015년 국감장에 출석해 호텔롯데의 일본 주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진행되면 신 회장의 호텔롯데 경영권도 자연히 강화된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만으로 호텔롯데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손에 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는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미도리상사, 롯데그린서비스, 패밀리) 20.1%, 투자회사 LSI 10.7% 등이다.

광윤사 최대주주인 신 전 부회장(50%+1주)은 본인의 롯데홀딩스 지분(1.6%)과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면 무한주총이 가능하다.

하지만 롯데홀딩스에서 배당을 받아야 하는 종업원지주회가 신 전 부회장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 회장의 손을 5번이나 들어준 이유도 그의 경영능력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실제 신 회장이 경영한 이후 한국 롯데의 매출은 일본 롯데보다 20배가량 많아졌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다. 

제3자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경영악재 롯데면세점, 돌파구 찾아야

다만 호텔롯데 상장을 둘러싼 여건이 호락하지 않다는 게 부담요인이다. 무엇보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이 최근 여러 악재로 경영위기에 놓여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월 연매출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개터미널 2개 구역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다. 사드 보복으로 적자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 인천공항공사 측과 벌인 인대료 인하 협상까지 무산돼 특허를 자진 포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1.9%에서 올해 30%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매출 5720억원을 올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역시 특허권 박탈 위기에 놓였다.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면 롯데홀딩스 핵심 주주인 종업원지주회가 주주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할 수도 있다.

◇신동빈 뇌물공여 혐의 무죄 입증도 중요

신 회장이 법적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도 숙제다. 신 회장은 2016년 3월 시내면세점(월드타워점) 신규 특허를 취득할 목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운영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준 혐의(제3자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이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관세법(178조 2항)에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와 결격사유 및 명의대여 등이 확인되면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신 회장이 향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선고받으면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는 유력해진다. 관세청 역시 전문가들과 함께 롯데의 관련법 저촉 여부를 살피는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은 진행한다”면서도 “그러나 신 회장 구속으로 무기한 연기된 이후 아직 시기 등 세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제3자 뇌물공여 혐의와 경영비리 재판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완성하려면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최대 사업부인 롯데면세점 위상 제고가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면세사업 특성상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기 것을 제대로 못 지키는 사업자가 누굴 끌어안을 수 있겠냐”며 “결국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아야 현재 보유한 국내 특허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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