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륜 구동·풍만한 몸 탓에 '레이싱카'로는 '2% 부족' 아쉬움

[한국스포츠경제=김재웅 기자] MINI가 29일 JCW(존쿠퍼웍스) 모델을 서킷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름하야 JCW 챌린지. 지난 부산 모터쇼에서 고성능 소형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 직후 행보다. 예쁜 얼굴을 포기하고 먼지를 뒤집어 쓰더라도, 확실하게 성능을 보여주겠다는 속셈이다.

MINI의 클럽맨과 컨트리맨 JCW를 타고 인제 스피디움 서킷과 짐카나, 짧은 드래그 레이싱에 참여했다. 그저 ‘패션카’라고만 생각했던 MINI를 ‘펀카’로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 데일리카로는 넘치는 성능이지만, 레이싱카로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MINI JCW는 안정적인 조향성과 강력한 제동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한다. MINI 코리아 제공

JCW는 MINI가 어떻게 하면 잘 달릴 수 있을지 잘 아는 듯 보인다. JCW의 의미는 존쿠퍼가 만들었다는 뜻. 존 쿠퍼는 MINI를 처음 만든 인물이니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탄탄한 하체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조향 매력적

짐카나는 JCW의 진가를 확인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차체가 19인치 휠과 균형감을 타고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예상보다 언더스티어를 쉽게 내주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4륜 구동 기능인 ‘All 4(올포)’가 큰 역할을 한 듯 보인다.특히 MINI JCW는 선천적인 장점인 탄탄한 하체를 충분히 이용하게 설계됐다. 차체가 2리터 4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견디기 다소 어려운 크기지만, 바닥에 꽉 달라붙은 하체 덕분에 좀처럼 불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하체의 장점은 스포츠 서스펜션과 맞물려 극대화된다. 깊이 굽어지기로 유명한 인제 서킷 헤어핀 구간에서도 좀처럼 승차감을 뺏지 않았다. 마치 가변형 에어서스펜션이라도 달린 것처럼 다양한 지면과 주행 환경에 잘 적응해냈다.

MINI JCW는 강력한 파워트레인에 비해 부족한 고속 가속력이 아쉬웠다. MINI코리아 제공

출발 가속력도 일품이다. 시속 100km/h를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5~6초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다른 모델과 비슷한 토크를 내는 덕분에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배기음도 매력적이다. JCW가 지나갈 때마다 '팝콘 튀기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방음 처리를 잘해놓은 탓에 실내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것은 단점 아닌 단점. 창문을 열면 MINI의 고풍스러운 실내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흥분을 만끽할 수 있다.

레이싱카? 2% 아쉬움 남아... 

단 MINI가 JCW 엠블럼을 달았다고 완전히 레이싱카로 탈바꿈한 것은 아니다. 존 쿠퍼의 뜻을 거스른 전륜 구동 기반 설계, 통통한 몸매에 따른 태생적인 한계가 JCW의 발목을 붙잡았다.

전륜 구동 한계는 유독 크게 거슬렸다. 깊숙한 브레이킹 직후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세게 돌리면 뒷쪽에 심한 흔들림이 나타났다. 롤링, 혹은 피쉬테일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그나마 균형 유지 장치인 DSC 덕분에 튕겨져 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 인스트럭터도 브레이킹 후 차체가 안정될 때까지 조향을 하지 말도록 안내했을 정도다.

드래그레이싱을 통해서는 MINI JCW의 강력한 제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MINI 코리아 제공

풍만한 차체는 고속에서의 급격한 코너링에서 문제가 됐다. 하체가 안정적인 라인을 잡아주긴 했지만, 뒤늦게 무게중심이 딸려가면서 뛰어난 조향력을 상쇄했다. 그립 발생시 금새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재가속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고속 가속력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분명 엔진에서는 충분한 힘을 내주고 있는데, 시속 160km 이상으로는 속도를 좀처럼 올릴 수가 없었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 공기저항 때문이다. 직진 구간에서는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JCW가 펀카로는 충분한 이유는 제동력 덕분이다. 브렘보사의 브레이크, 그 중에서도 피스톤을 4개나 사용한 모델이다. 제동력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덕분에 브레이크를 천천히 잡아도 원하는 곳에 정확히 설 줄 안다. 즐겁게 달리면서도 안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능력이다. 드래그레이싱을 통해 그 진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