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 확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유세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부동산 규제를 아우르는 규제 ‘끝판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으나, 보유세 인상만으로 강남을 비롯한 집값을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서울 잠실 주공5단지. 사진=연합뉴스

2일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유세 개편안을 확정한 후 최종 권고안으로 의결해 이날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를 통해 보유세 개편안 4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과세기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P씩 올리는 방안, 세율의 누진도를 키워 최고세율을 2.5%(주택 기준)까지 올리는 방안, 이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 1주택자에게는 1안과 같이 공정가액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는 3안과 같이 두 가지를 동시적용하는 방안이다. 발표된 4개의 개편안 중 어느 안이 선택되든 다주택자들에게는 ‘보유세 인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보유세 인상이 확실시 된 상황에서,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유세 인상,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보유세를 높이겠다는 시그널은 시장에 계속 주고 있었기에 시장에 임팩트를 주는 효과가 엄청 크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며 “보유세 인상이 치솟는 가격을 궁극적으로 잡을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고 단정지었다. 그는 이어 “다만 보유세가 OECD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라 정부가 세제개편을 추진했던 바이고, 이번에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병호 재정특위 위원은 “한국의 보유세 부담률이 OECD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OECD 국가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평균 1.1% 수준이지만 한국은 0.8%에 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 부장은 “집값을 완전히 차단하고 투기수요를 잠재우려는게 정부 의도이긴 한데 보유세만 가지고 시장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지만 심리적으로 (수요자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정부의 취지나 목적은 일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보유세만 가지고 시장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내놨다. 금리인상과 궤를 함께 할 때 그 영향이 커진다는 애기다.

심 교수는 “보유세 인상 지금 이 정도로는 영향 없다”며 “앞으로 두 세배 올라가야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 10억원 아파트 갖고 있는 사람이 보유세가 몇십만원 오른다고 해서 집을 내놓거나 집값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훈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팀장은 “1주택자 같은 경우 시세가격 기준 20억원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거의 영향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다주택자이면서 2주택 이상이신 분들이 10억원짜리 집이 여러채 있으면 늘어나겠지만 기존의 집값 상승까지 고려하면 종부세 늘어난 것은 극히 일부”라고 주택시장이 받을 영향을 제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토론회에서 최병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치솟은 강남 집값 잡을 수 있을까

강남 집값을 잡는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 부장은 “크게 효과를 준다고 평가하기 애매하다”며 “세 부담이 늘어도 강남에 보유할만한 여력이 되는 사람들은 소득 분위별로 보면 가장 최상위계층에 있을 것이고 자산 소득도 충분히 여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집값이 급격하게 강북권에서 올랐어서 (보유세 인상만으로) 강남에 큰 임팩트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보유세와 맞물려 금리인상이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강남 집값이 빠지긴 빠질 것 같은데 빠지더라도 보유세 때문은 아니고 고점 의식에 대한 것, 금리인상, 거시경제 때문에 빠진 것”이라며 “지난해까지 그만큼 올랐으면 올해는 보합이나 조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올랐으면 조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이유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 역시 보유세 개편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추후 올 초에 이은 ‘2차 매도’가 시작되고 호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시점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올 초 거래가 크게 느는 모습을 보였는데 보유세 인상 폭이 지금은 크지 않더라도 앞으로 가팔라지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도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 적용 대상이 되는 다주택자들은 이미 올해 초까지 손을 다 썼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인상안이 본격 적용되면 거래량이 줄고 호가가 떨어지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과 달리,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번 보유세 개편으로 부동산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와 노무라는 보유세 개편이 기존 규제 정책과 맞물려 부동산 심리를 제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노무라는 “올해 부동산 거래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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