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단협에 실망한 노조, 파업 의지 밝혀

[한스경제 이성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상반기에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았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목표액에 모자라지만, 업황 불황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내부 반응이다. 그러나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노조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 약 58억달러의 수주액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지만, 임단협에 실망한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업계 1위인 약 58억달러다. 올해 목표치인 132억달러에 44% 수준이다. 컨테이너선 19척, 유조선 19척, LNG선 6척 등 총 70척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었던 것과 최근 현대상선으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 8척 계약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다. 

현대중공업 측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말을 아꼈지만 "올해 수주 현황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며 "하반기 전망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개월 동안 LNGC(액화천연가스 수송선) 10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5척, 특수선 1척 등 모두 26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약 32억 달러다. 여기에 조선해양 박람회인 포시도니아에서 선박 3척, 현대상선으로부터 수주 받은 컨테이너선 7척 계약까지 포함하면 44억달러로 올해 목표액인 73억달러에 약 60%를 달성했다. 

하반기 수주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일반 상선에서 16억달러, 특수선 10억달러 추가 수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약 규모가 큰 해양 사업에서도 수주가 이루어진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하반기에 해양플랜트 수주 여부에 따라 목표 수주액 달성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긍정적이다"면서 "세계 최고 실적을 낸 LNGC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지난 5월 9일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가지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노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유휴인력'...노조는 '파업 선언'  

업황 불황 속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지만,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할 노조와 관계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임단협에 실망한 노조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열 다섯차례 임단협에서 별다른 소득을 보지 못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고용 안정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일감 부족을 호소하며 지난 4월 한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8월부터는 해양플랜트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해양사업본부 조직 통폐합을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유휴인력도 늘어나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앞서 강환구 사장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 통폐합과 유휴인력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 안정을 지키기 위해선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4일 원·하청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13일에는 전국금속노조 총파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신청한 쟁의조정이 결렬되면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얻게 돼 단체 행동까지 이어나갈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파업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임금 10% 반납 건을 제의했고, 노조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2일과 3일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발생 결의 찬반투표를 진행한 끝에 93.4%의 찬성표를 받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노조 관계자는 "14차례 교섭을 마쳤지만, 진전된 것은 전혀 없다"며 "회사에서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노조는 능동적으로 행동(파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황 속에서 파업은 되도록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서로 양보하면서 임단협을 풀어가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