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마녀’는 ‘신세계’ ‘브이아이피’ 등 느와르를 만든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주로 남성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박 감독은 ‘마녀’를 통해 여성 캐릭터의 독보적인 액션을 선보이며 변화를 꾀했다. ‘마녀’는 그 동안 국내에서 드물었던 판타지 액션과 함께 철학적인 메시지를 함께 담은 영화로 관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의 사고로 죽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앞에 10년 뒤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액션이다.

고령의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자윤은 일도, 공부도 잘한다.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트럭 운전까지 몰고 거래처와 흥정도 한다. 얼핏 보면 소소하고 평범한 삶을 보내는 듯하지만 자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 어깨에는 알 수 없는 표식이 새겨져 있고 자주 심한 두통을 느끼곤 한다. 자윤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몹시 궁금해 하던 중 친구 명희(고민시)의 추천으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다.

자윤이 지역 예선 1위에 오르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의문의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귀공자(최우식), 닥터 백(조민수), 미스터 최(박희순) 등이 자윤을 쫓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윤의 가족과 친구를 위협하며 숨통을 조여 온다.

‘마녀’는 평범한 여고생의 얼굴을 한 자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액션을 담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실체와 날 선 액션이 꽤 흥미진진하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특수 액션 기술과 화려한 CG(컴퓨터 그래픽)를 더하며 쾌감을 선사한다.

다만 전반부는 인물의 서사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지루함을 자아내 아쉬움을 남긴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라고 반문하는 자윤의 대사는 쉴 틈 없이 계속 나와 외울 정도다. 또 미스터리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모든 게 대사로 설명된다는 점 역시 아쉽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만 조성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 다소 유치한 상황 설정 역시 실소를 자아낸다.

이러한 단점을 불식시킨 캐릭터가 자윤이다. 자윤은 기존의 누아르 속 여성들과는 다르다. 여성성에 발목 잡히지 않고 주체적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독보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발휘하는데, 캐릭터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게 괘 흥미롭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낙점된 신예 김다미는 이 영화로 관객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자윤의 단짝을 연기한 고민시는 영화의 유일한 코믹 캐릭터다. 자윤과 귀공자가 처음 만난 기차신에서 고민서의 찰진 욕설은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최우식은 냉혈한이자 개구쟁이인 귀공자를 어색함 없이 표현한다. 비록 비중은 적지만 등골이 서늘한 캐릭터 미스터 최를 연기한 박희순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러닝타임 125분. 15세 관람가.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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