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살시도자 10명 중 9명 '충동적'
응급실 방문 시도자 '사후관리서비스' 시행…자살 위험 절반 이상↓
복지부, 사업수행기관에 중앙대병원 등 10곳 신규 선정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자살시도자의 75%는 1주일 내 다시 자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시도자는 자살사망자에 비해 여성, 20대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자살시도자의 상당수가 음주 상태였고(53.5%),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88.9%(8088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수행기관/제공= 보건복지부

4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7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에 따르면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사람 중 35.2%는 과거에도 자살 시도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병원 42곳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1만226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들 병원에는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2명의 전문인력이 배치돼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한 사람에게 상담 등 사후관리를 해주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 8567명 중 과거 1회 이상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35.2%(3016명)로 나타났다. 나머지 64.8%(5551명)는 시도 경험이 없었다.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60% 이상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다시 자살을 시도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향후 자살계획 시기에 대해 응답한 사람 1405명 중 1058명(75.3%)은 '1주일 내'에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답했다. '1주일~1개월 내'와 '1개월~6개월 내'는 각각 175명(12.5%), 102명(7.3%)이었고, '6개월 이상'은 70명(5%)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만4696명 답변 결과 자살시도의 동기는 정신건강 문제가 31%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인관계(23%) △말다툼등(14.1%) △경제적 문제(10.5%) △신체적 질병(7.5%)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8175명 중 52.1%(4261명)은 자살시도 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도움은 시도 전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또는 실마리를 주는 것을 말한다. 47.9%(3914명)은 도움 요청하지 않았다.

아울러 1만109명 중 음주 상태에서의 자살시도가 53.5%(5407명)였고, 응답자 9099명 중 충동적으로 시도한 경우가 88.9%(8088명)로 가장 많았다. 계획적 시도는 11.1%(1011명)였다.

1만2264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자살시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56.5%(6930명), 남성은 43.5%(5334명)였다. 연령별로는 △40대 19.6%(2,409명) △20대 19.1%(2,341명) △30대 17%(2,090명) 순이었다.

자살사망자의 경우에는 2016년 통계청 자료 결과, 남성이 70.6%(9243명)으로 여성 29.4%(3849명)보다 많다. 연령별 자살자 수는 50대 20.5%(2677명), 40대 19.8%(2579명), 30대 14.2%(1857명), 60대 13.7%(1783명), 20대 8.4%(1097명) 순이다.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내원한 자살시도자 1만2264명 중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응답자 수가 변동이 된다”며,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온 사람 60% 이상은 신체적 문제가 없는 경미한 상태였다. 또 상당 부분은 우울증 등의 정신실환이 있었는데, 심하지는 않았지만 치료를 안 받은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다시 자살을 시도할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자살예방센터가 사후관리서비스를 받은 자살시도자 3999명을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전문인력의 접촉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살위험도, 자살계획·시도에 대한 생각이 감소하고 알코올 사용문제 및 스트레스, 식사 및 수면문제·우울감 등 정신상태도 호전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전문인력과의 1회 접촉 시 자살위험도가 '상(上)'인 시도자는 15.6%(567명)였는데 4회 접촉 후에는 6.3%(231명)로 줄어들었다.

자살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도 1회 접촉 당시 119명(3%)에서 4회 접촉 후 23명(0.6%)으로 급감했다. 알코올 사용문제나 식사 및 수면 문제 등도 접촉 횟수가 늘어날수록 호전됐다.

한창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상당수의 자살시도자는 음주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후관리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적절한 치료 제공과 사회·경제적 지원으로 자살시도자의 자살 위험을 분명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수행기관을 올해부터 총 42개부터 52개 병원 응급실로 확대 시행한다. 사업수행기관으로 새롭게 선정된 기관은 서울의료원, 중앙대병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명지병원, 한양대 구리병원,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성가롤로병원, 동국대경주병원, 제주한라병원 등 10개 병원이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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