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선호씨 17.97% 보유 CJ올리브네트웍스와 구창근 대표 역할에 주목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이재현(59) CJ그룹 회장의 맏딸 경후(33) 씨와 장남 선호(28) 씨가 핵심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서고 CJ올리브네트웍스 등 핵심 계열사의 대표가 교체되면서 3세 승계 시계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CJ그룹

◇이경후·선호 남매, 미디커스머·지주사·식품 계열사서 경영 수업 중

4일 재계에 따르면 이경후 씨는 이달 출범한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법인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 상무는 2011년 지주사 CJ 사업팀 대리로 입사, CJ오쇼핑 상품 개발과 방송 기획 등을 거쳐 2016년부터 CJ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또한 이 상무 동생 이선호 부장도 CJ제일제당과 지주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영업·마케팅팀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며 현장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BIO사업관리팀장(동물사료 부문)을 맡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마니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이선호 부장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바이오는 물류, 문화콘텐츠산업과 함께 그룹이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두 자녀가 핵심 계열사 전면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와 식품 사업을, 이 상무에겐 미디어와 커머스 부문을 각각 담당케 하면서 본격적인 3세 승계 작업에 착수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맡고 있는 구조와 닮은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CJ가 장자승계 원칙을 따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선호 부장이 다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승계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CJ를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다. 하지만 이선호 부장의 경우 (주)CJ의 지분이 없다. 대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을 17.97%나 갖고 있어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 /올리브영

◇CJ올리브네트웍스, 3세 승계 지렛대?

이에 따라 CJ올리브네트웍스와 최근 수장으로 임명된 구창근 대표의 역할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승계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구주매출(기존주주가 주식을 내다 파는 것)로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42.07%) 상속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만 과거 이선호 부장이 올리브영과 CJ시스템즈 합병 전후로 아버지의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이미 증여세를 냈는데 또 다시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것은 사실상 현금 낭비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CJ올리브네트웍스가 ㈜CJ와 직접 합병하거나 상장 후 몸집을 더 키워서 합병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선 CJ올리브네트웍스의 덩치를 키워야 하고, 내부거래 비율도 줄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한해 내부거래 매출 규모가 200억원 이상 또는 매출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관련 적법성 여부를 검토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선호 부장(17.97%)을 비롯해 이 상무(6.91%),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4.83%), ㈜CJ(55.01%) 등 총수 일가와 지주사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지배구조. /한스경제

무엇보다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18.89%로 전체 매출 1조8227억원 중 3444억원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물론 전년(19.08%)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구창근 대표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3세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외형과 수익성 모두를 성장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앞서 허민회 ENM 대표 등 그룹의 핵심 인사들이 이 회사의 핸들을 잡은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CJ그룹 관계자는 “상장과 합병 등을 포함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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