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박정민이 영화 ‘변산’(4일 개봉)에서 찌질하지만 정이 가는 캐릭터 학수를 연기했다. 방구석 래퍼인 학수는 유명 래퍼를 꿈꾸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캐릭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된 청춘들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영화에서 박정민은 원톱 주연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 ‘변산’을 하게 된 이유는.

“‘동주’로 연을 맺은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라는 이유가 컸다. 또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독님의 성향과 이야기가 잘 어우러졌다. ‘참 행복하게 찍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 ‘변산’을 통해 랩을 직접 하고 작사에도 참여했는데 스스로 만족하나.

“아니다. 난 늘 내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화면을 보면서 실수를 찾아내는 데 급급했다. 1년 동안 랩 연습을 했지만 기성 래퍼들만큼 잘 하지는 못했다. 랩이라는 게 이 영화의 수단이니까 최대한 진정성 있게 임하자는 생각이었다. 작사는 Mnet ‘쇼미더머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랩으로 하는 분들을 참고하며 지었다.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썼다.”

-‘8마일’ 등 랩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참고하지 않았나.

“일부러 참고하지 않았다. 괜히 멋있는 척을 하게 될 것 같았다. 영화보다는 래퍼 넉살의 곡 ‘필라멘트’를 참고했다. 원래도 팬이지만 그 노래를 듣고 반했다. 가사를 다 외웠다. 또 래퍼 얀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학수는 자존감이 낮고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은 캐릭터인데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수위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산을 많이 했다. 어쨌든 학수와 아버지의 관계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우리 영화 속 캐릭터 중에 학수가 가장 구질구질하고 못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 고향 친구들을 만나며 변하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인 김고은과 이번 작품에서 첫 호흡을 맞췄는데.

“김고은의 매력이 폭발한 영화 같다. 코믹 연기가 아주 기가 막혔다. 코믹 연기를 처음 한다며 안절부절 하더니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했다. 주인공으로서 분위기도 띄워야 하는데 고맙게도 (김)고은이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고은이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김고은과 엔딩 키스신을 연출했는데 떨리지 않았나.

“안타깝게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서로 100% 리얼 프렌드다. 사실 엔딩 장면이 뭔가 밋밋해 보이는 면이 있어서 귀여운 ‘뽀뽀’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고은이에게 의견을 전했다. 고은이 역시 흔쾌히 수락해서 탄생한 장면이다. 다행히 주변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김고은, 신현빈 등 여성 캐릭터들이 모두 주체적이었다.

“감독님에게도 이 영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주도적이라 마음에 든다는 말을 많이 했다. 선미(김고은)는 학수가 성숙해지는 걸 주도적으로 돕는 인물이다. 신현빈의 연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여성 캐릭터가 주도적이고 진취적이었기 때문에 ‘변산’이 더 사랑스러워졌다고 생각한다. 주조연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캐릭터 하나하나 다 사랑스럽다.”

-극 중 고준(용대 역)과 갯벌 싸움 신을 찍으며 꽤나 고생했을 듯한데.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 신을 찍고 난 뒤 밥을 먹으며 앞으로 다시는 갯벌 신 있으면 안 할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거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촬영했다. 날씨가 초가을이라 쌀쌀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추웠다.”

-학수처럼 피하고 싶은 과거가 있나.

“데뷔하고 5년 정도 힘들었다. 연기를 그만둬야 할지 말지에 대해 늘 고민했다.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 때 모습은 학수랑 많이 닮아있던 것 같다. 그 당시 좌절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영화 ‘사냥’으로 ‘파수꾼’ 멤버인 이제훈·윤성현 감독과 재회하게 됐다.

“너무 설렌다. 오히려 긴장이 더 되는 것 같다. 다시 그 멤버들과 만나 뭔가를 만들어 내서 그런지 애착이 강하다. 잘됐으면 좋겠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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