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활발한 PPL로 북미 시장 공략…높아진 브랜드 위상 실감
그래픽=오의정기자 omnida5@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김재웅 기자] # 현대자동차 벨로스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가로지른다.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초능력을 사용하면서 악당들을 멀리 따돌리고 앤트맨을 돕는다. 앤트맨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에도, 벨로스터는 어김없이 앤트맨의 곁에 있다.

현대자동차가 스크린 속 '핫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앤트맨카'로 변신, 슈퍼 히어로의 ‘애마’로 활약한 것이다. 이미 미국드라마에서는 현대차가 인기 배역을 여럿 꿰찬 상황.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서 만나 볼 예정이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 등장한 현대차 벨로스터. 벨로스터는 앤트맨의 능력을 사용해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면서 악당들을 여유롭게 따돌린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페이지 캡처

5일 현대차에 따르면 벨로스터와 싼타페, 코나 등 3종은 4일 개봉한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주인공을 돕는 주요 배역을 맡았다.

특히 벨로스터는 보라색 랩핑과 노란색 불꽃 장식을 하고 화려한 도심 추격전을 연출해냈다. 가파른 언덕이 특징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강력한 주행 성능도 뽐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마블 영화를 통해 현대차의 매력을 전세계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영화 마케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은 드라마 워킹데드의 인기에 힘입어 투싼ix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마블' 영웅들의 애마로 자리잡아

마블 시리즈에서 현대차가 활약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마블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넷플릭스와 함께 제작한 마블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디펜더스> 시리즈에 현대차를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해왔다.

가장 인기가 높은 차종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이었다. <데어데블> 시즌 1과 2, <제시카 존스> 등 작품에서 주인공이 즐겨타는 차로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럭셔리카인 G80이 각각 변호사와 탐정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싼은 강력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루크 케이지> 시즌1에서 주인공의 차에 낙점됐다. <루크 케이지>는 주인공인 루크 케이지가 우연히 얻은 초능력으로 누명을 벗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투싼은 주인공 루크 케이지가 타는 차로 화면에 여러번 등장한다.

이전 세대 싼타페도 <아이언 피스트1>에서 주인공의 가족들이 타는 차로 나왔다. 주인공 가족들이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장하는 만큼, 북미 시장에 싼타페의 고급스러운 면을 부각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북미법인의 적극적인 PPL 전략

마블이 현대차를 주요하게 다룬 이유는 현대차와 계약 때문이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2016년 마블과 넷플릭스와 함께 PPL 계약을 체결했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밖에도 현대차 북미 법인은 적극적인 PPL(간접광고)로 여러 인기 작품에 현대차를 소개했다.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은 <워킹데드> 인기를 기념해 벨로스터를 개조한 콘셉트 모델인 '좀비 서바이벌 머신'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2010년 개봉한 <인셉션>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일행은 제네시스 DH를 이용해 작전을 수행한다. 이동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만큼 극중 비중도 높은 편이다.

2011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워킹데드>는 투싼에 ‘좀비카’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현대차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워킹데드>는 주인공들이 좀비와 싸우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투싼ix는 주인공을 태우고 좀비를 퇴치하면서 튼튼하고 강력한 모습을 마음껏 뽐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2015년 <워킹데드>와 투싼의 인기에 힘입어 ‘투싼 워킹데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드라마 분위기에 맞게 음산한 ‘애시 블랙’ 컬러와 블랙 가죽 시트 등을 탑재했다. 물과 치약, 반창고 등 생존용품도 함께 실어 <워킹데드>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국내에 ‘미드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24시>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방영된 시즌8에서는 주인공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가 제네시스 쿠페를 타고 짜릿한 질주를 펼치는 모습이 10여분이나 펼쳐졌다. 주인공이 차량을 훔쳐타는 설정상 차량의 내·외관이 자세하게 드러나면서, 홍보효과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그 밖에도 현대차 미국법인은 다양한 인기 드라마 PPL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고 알려져있다. <레전드> <더 어페어 시즌2> <트루 디텍티브> <레이 도노반> <페이스 오프> 등 10여개 작품이다. 출연 모델은 제네시스DH와 LF 쏘나타, 싼타페, 1세대 벨로스터 등 다양하다.

미국드라마 데어데블에서는 제네시스 G80이 변호사인 주인공의 차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브랜드 입지 구축… 프리미엄 전략은 아쉬워

그렇다고 현대차가 무리하게 PPL을 이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PPL을 시작한 2010년 이전부터, 현대차 위상은 이미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2007년 개봉한 <본 슈프리머시>는 당시 현대차가 서구 사회에서 어떤 이미지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작 중에서 EF 쏘나타는 초반 추격씬에서 주인공인 제이슨 본(맷 데이먼)을 빠르게 따라잡는 역할을 맡아 5분 가까운 시간 노출된다. 제이슨 본이 EF쏘나타를 고급차로 묘사하는 내용도 나왔다.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은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출연을 활용해 벨로스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2003년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도 마찬가지다. 비록 다른 슈퍼카에 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모델로 아주 짧은 시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영화가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슈퍼카들을 총집합하는 내용인 만큼, 언급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상당했다는 평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PPL은 글로벌 브랜드가 시장 입지를 넓히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면서 "현대차도 활발한 PPL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다만 북미에서 현대차는 아직 대중적인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앤트맨카와 같이 화려한 모습을 한 모델보다는 제네시스 브랜드와 같은 프리미엄 모델을 앞세우고, 그에 걸맞는 이야기를 덧씌운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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