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블록체인·가상화폐 '미래 먹거리' 천명한 유럽
비트코인ATM에서 크립토밸리까지
ING금융그룹이 유럽 15개국 1만4828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5190명)은 '비트코인이 미래 지불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플리커

[한국스포츠경제=허지은 기자] 유럽인 3명 중 1명은 비트코인이 미래 지불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등 관련 산업 육성에 힘쓰는 대표적인 가상화폐 선진국이 다수 포진한 곳이다. 스위스나 독일, 영국을 비롯해 국가가 주도해 산업을 육성하는 유럽에서 가상화폐는 ‘가상’이 아닌 ‘현실’로 내려오기 위한 잰걸음을 내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 ING금융그룹이 유럽 15개국 1만48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5190명)는 “비트코인은 미래에 온라인에서 지불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으로 구매하고 싶은 대상으로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상품(30%·4448명)’이 가장 많은 응답자의 선택을 받았다. 해외 쇼핑은 환율 차이나 수수료 등에 따라 금액 격차가 커진다는 특징이 있다. 응답자들은 비트코인으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외 ‘커피 구매(23%·3410명)’, 전기요금(21%‘자녀의 대학교 학비(20%·2966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했다. 응답자의 32%(4745명)은 “가상화폐는 투자의 미래”라며 투자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29%(4300명)에 그쳤다.

투자 위험에 대한 질문에서는 가상화폐가 주식을 앞질렀다. ‘가상화폐 투자가 주식 투자보다 위험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30%(444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응답자의 46%(6821명)는 ‘주식 투자가 더 위험하다’고 응답했으며 ‘둘 다 비슷하게 위험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24%(3559명)였다. 가상화폐 투자를 ‘투기’로 보는 일각의 시선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유럽, 그들은 왜 가상화폐에 열광하나

EU 지역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메시지가 나오는 이유는 이들을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서는 ‘거품’ 우려도 상존하고 있으나 규제 마련 등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한 뒤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때문에 EU 국가들은 국경을 넘은 조직적인 차원에서 연대를 늘리고 있다. 유럽연합(EU) 22개 국가들은 지난 4월 유럽 블록체인 파트너십을 설립했다. 회원국 간 협력을 통해 기술 및 규제 분야에서 지식을 교환하고 나아가 하나의 블록체인 시장을 만들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향후 몇 년동안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해 3억 유로(약 3926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모든 공공 서비스의 ‘블록체인화’다. 마리야 가브리엘 디지털 경제 위원장은 “블록체인은 유럽과 회원국에서 사용자의 신뢰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시민과 기업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규제의 경우 국제규제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EU 단독 규제를 만들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지난 2월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이 드러났는데도 국제규제는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EU 단독의 규제라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크립토밸리’로 앞서 나가고…네덜란드·영국 등 뒤이어

스위스는 유럽 중에서도 가상화폐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스위스는 2013년 취리히와 주크 주(州)를 ‘크립토밸리(CryptoValley)’로 천명하고 전 세계 블록체인·가상화폐 스타트업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상화폐 판 실리콘밸리인 셈이다. 2014년 이 곳에 처음으로 입주한 이더리움 팀은 이듬해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성공리에 마치며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로 단숨에 올라섰다.

스위스 현지에 있는 한 블록체인 업체 대표는 “스위스가 가상화폐 선두주자로 올라선 게 2015년에서 2016년 정도다. 지금은 전세계 기술기반 ICO 스타트업 회사들이 스위스로 집결하고 있다”면서 “크립토밸리 선언 이후 취리히와 주크엔 사무실과 주거지가 모자랄 정도”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유럽 최초로 공항 내에 가상화폐를 구매할 수 있는 ATM을 설치했다. 스히폴 공항의 가상화폐 ATM으로 유로를 입금하면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비트코인을 단 몇 초만에 구매할 수 있다.

ATM 설치를 주도한 니키 브레서르 스히폴 공항 사업 매니저는 “2016~2017년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며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ATM을 설치하게 됐다”면서 “설치 초기부터 정부 담당 부처와 조율하며 최종 결정했다. 당국의 규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지난해 ‘비욘드 블록체인’ 전략을 발표하고 정보 보안, 정부 문서의 위·변조 방지, 사회보장 부정수급 방지 등 블록체인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에스토니아 역시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망을 구축해 주민관리, 건강기록, 금융기록, 전자 선거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독일은 블록체인 기술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하거나 결제를 할 수 있는 자판기 등을 운영하는 식이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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