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김성태-홍영표(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쌈짓돈', '제2의 월급', '눈먼 돈'이라고 비판을 받아온 국회 특수활동비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국회 특활비 문제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정의당은 특활비 폐지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재도개선에 나서겠지만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당분간 정치권에서 국회 특활비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5일 기자회견에서 3년간의 소송 끝에 국회로부터 제출받은 '국회특수활동비 연도별내역(2011~2013)' 분석결과를 처음 공개 했다. 지출결의서 1296건을 분석한 결과 2011년 87억원, 2012년 76억원, 2013년 77억원 등 총 24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는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이라는 이유로 특수활동비를 매월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 또 국회 특활비를 한 번 이라도 지급받았던 이는 모두 298명에 달했다. 특활비는 국회의장의 해외 순방 때 거액으로 지출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의 활동은 국민에게 공개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활동비를 사용해야 할 정당한 근거가 없다”며 “그 어떤 관리도 통제도 받지 않은 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활비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파문이 일었을 때 일각에서는 국회 특활비 폐지도 주장했다. 국회 특활비는 현금으로 지급되고 별도의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돼 개인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지난해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한 번도 국회에서 쓰는 돈에 대해선 수사한 적이 없다”며 “국회 특활비 자체를 없애고 제도적으로 국회 예산 편성이나 의원 처우, 보좌진 규모 등을 정하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참여연대의 발표로 특활비 논란은 한층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의 발표 후 비판여론을 의식한 여야는 진화에 나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특활비가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국회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가능하면 다 공개하는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 했다.

이어 특활비와 관련된 비판에 대해 "제도화를 통해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하면 그런 비판들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며 "세부 항목을 검토해서 가능하면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좀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고 불필요한 것이 있으면 없애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도 재도개선 의지를 밝혔다. 김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 폐지에 동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상식과 뜻에 맞는 제도 개선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회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모든 기관의 특활비가 국민 정서에 맞게 지출 운영되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의당은 정기국회에서 다른 정당도 특활비를 폐지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정의당은 2016년부터 국회 특활비 폐지를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3개월치 특활비를 스스로 반납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대법원의 특활비 공개 결정은 특활비 존재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그것을 폐지하라는 것"이라며 "내년 예산 편성 때 국회 특활비를 제외해야 하고, 올해 예산에서 남은 특활비는 각 정당이 매달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표는 특활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곧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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