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파트가 당신의 자녀들을 돌봐 드립니다’
틈새없는 돌봄…공동체 돌봄으로 사각지대 보완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캠페인 [19]
서울 모 초등학교.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김의기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출산율 통계' 대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위인 삶의 질 지수를 15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유럽 선진국인 프랑스(18위), 독일(13위)보다 높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연 이 정도로 아이를 낳고 싶을까 하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 정도다.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인데도 이번 대책은 파격은 커녕 기존 정책을 확장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 틈새없는 돌봄을 완성하고, 공동체 돌봄으로 초등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우선 학교뿐 아니라 마을 등 학교 안팎에서 온종일 돌봄체계를 확충해 현재 33만명인 지원규모를 2022년까지 53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공적 돌봄서비스를 받는 초등학생은 전체 초등학생의 12.5%에 불과하다. 영유아(68.3%)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등학생 267만명 중 방과 후 학교 등을 통해 돌봄을 받고 있는 아동은 33만명 수준이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의 돌봄 수요는 두 배인 최대 65만명에 달한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초등돌봄교실은 경쟁률이 2대1에 이를 정도로 부모의 부담이 크다. 그래서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선택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내 돌봄 공간도 별도로 마련하고 대상도 초등학교 1~2학년 위주에서 전 학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취약계층이 초등 돌봄 혜택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지원 대상범위를 늘리고 지역공공시설을 활용하는 ‘다함께 돌봄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 밖 동네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육아 나눔터'도 올해 113개에서 내년 160개 시·군·구로 확대한다. 은퇴교원, 돌보미 등을 활용한 돌봄공동체도 조성할 계획이다. 

학교, 마을의 초등돌봄 인프라를 확충해 20만 명을 추가로 돌볼 수 있도록 하고 공보육 40% 달성을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 등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아이돌봄서비스 지원대상을 현재 중위소득 120%에서 150%로 확대하고 저소득층 가구 이용금액에 대한 정부 지원은 최대 80%에서 90%로 늘려 부담을 줄여나간다.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442만원이하 세대만 가능했던 지원이 월 553만원 중산층 신혼부부 세대까지로 확대된다.

아이돌보미 처우 개선과 함께 양성규모도 현재 2만3000명에서 2022년 4만3000명까지 늘리고 같은 기간 아이돌보미 서비스 이용 아동도 현재 9만명에서 18만명으로 2배 늘리는 게 목표다.

◇ ‘아파트가 당신의 자녀들을 돌봐 드립니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매일같이 구상한다. 아파트가 추구하는 모토는 모든 세대의 아이들이 걱정없이 뛰어놀고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를 돌보기엔 시간도 손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 아동센터나 국가가 돌봐준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육아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최근 젊은 부부들이 신도시로 몰리는 데에는 질 좋은 교육환경을 비롯해 대다수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위한 깊은 고민 등을 아파트 정책으로 반영해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 초등 돌봄교실 부족, 새로운 대안이 된 아파트 

송도 및 청라 등 인천 내 신도시 지역의 대다수 초등학교에서는 여전히 돌봄교실 부족 현상을 겪고있다. 돌봄교실은 학교 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방과 후 학생들을 돌보는 제도다. 그러나 수용 가능한 인원보다 신청자들이 두 배 이상 가량 더 몰리면서 절반 정도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간 확충에 대한 예산 증액도 어려울뿐더러 수용 인원을 늘리더라도 돌봄전담사 인력 충원이 필요해 첩첩산중이다. 일부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학원에 다니면서 시간을 떼우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인근 아파트들이 아이들을 포용하며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송도 신정초등학교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는 방과 후 시간에 맞춰 탁구, 어린이 댄스 등 스포츠부터 그림 그리기, 서예 등 문화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있다. 한 달 수강료는 2만원 내외로 재료비 등에 쓰이는 비용에 한할 뿐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 9살 자제를 둔 한 30대 학부모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거라 믿음이 간다. 프로그램 퀄리티도 웬만한 학원과 비교했을 때 딱히 부족하지도 않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실내 체육 활동 중인 초등학생들.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 부산지역, 학교·아파트가 연계 

부산시교육청은 취학연령 인구유입이 급증하는 일부 신도시에서는 학교와 아파트를 연계시킨 뒤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정책화해 제공하고 있다 . ‘우리동네 자람터’로 선정된 아파트는 인근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저학년을 대상으로 특기적성 프로그램 1시간과 간식을 매일 나눠준다. 방학기간에는 급식도 이뤄진다.

시교육청은 기관별로 한 학기당 최소 2000만~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안전보험혜택과 프로그램 운영경비 등을 지원한다. 외부인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역할도 각 기관과 지역주민들이 직접 담당한다. 공간을 무리하게 확충하지 않고 인근 아파트 공간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 다양한 프로그램, 만족도 높아

최근에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자 이를 확장해 주말 및 공휴일에도 다채로운 놀거리를 제공한다. 송도의 한 아파트는 최근 단지 내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모내기 체험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모내기 후 벼이삭 수확까지 관찰일기를 쓰고 벼이삭 공동수확, 탈곡을 거쳐 밥상까지 가는 전 단계를 폭넓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아파트 측에서 마련한 것이다. 어린 자녀를 둔 약 100여 세대가 참여하며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가정의 달인 지난 5월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래놀이와 전통놀이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에 있는 커뮤니티 시설을 잘 활용한다면 젊은 부부들의 육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를 무료 상영해주며 부부들 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김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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