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일순 CEO체제 수익성 나빠져...'PB상품·신선A/S' 효과도 '글쎄'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란 타이틀을 달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부임 초반부터 실적 악화란 악재를 만났다. 게다가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한 업계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갈수록 풀어야 할 숙제가 쌓이고 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홈플러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스토어즈(옛 까르푸, 홈에버)는 2017년 회계연도(2017년 3월1일~2018년 2월28일)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급감했다.

매출액은 7조9457억원으로 0.1%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512억원으로 69.1%나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 3.0%로 직전 회계연도보다 1.0%p 하락했다. 외형은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반면, 수익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 대표는 코스트코와 바이더웨이 등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를 거친 인물로 ‘재무통’으로 지난해 10월 부임했다. 그러나 기대됐던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실적 개선 대신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상황이다.

임 대표는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를 비롯해 홈플러스 스페셜(대형마트+창고형 할인매장), 신선식품 무상 A/S(사후 서비스)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심플러스, 늦은 PB 시장 진출…진입장벽 높아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사업들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선 PB의 경우 경쟁 업체들보다 출발이 늦어 진입장벽을 허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홈플러스 PB 심플러스 로고. /홈플러스

 

예컨대 이마트의 PB 노브랜드는 2015년 론칭 당시 27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900억원으로 뛰었다. 또한 간편식 PB 피코크는 작년 2400억원을 기록, 2013년보다 8배 이상 커졌다. 더불어 두 브랜드는 단독 매장까지 내놓으며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 2월 PB ‘온리프라이스’(Only Price)를 선보인 이후 품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출범 당시 25개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154개로 늘었다. 올 하반기까지 405개로 늘리고 매출 1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PB 시장에서 식품, 생활용품을 넘어 침구, 가전까지 진출하는 등 사실상 모든 카테고리를 커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PB들은 고급화되는 중이어서 이제 막 출범한 홈플러스가 기존 고객을 뺏어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홈플러스 스페셜 2호점 내부. /홈플러스

◇홈플러스 스페셜, 어수선한 매장에 고객 불편 

‘홈플러스 스페셜’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용량 제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회원제로 운영되는 ‘창고형 할인매장’과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소용량 상품을 파는 ‘슈퍼마켓’의 장점만을 취합해 모든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위해선 기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품목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매장이 어수선해져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스페셜은 창고형 할인점의 주력 상품과 기존 대형마트의 제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개념이다”며 “어수선해진다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정제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용량 상품에 대한 고객 이동을 고려해 동선도 넓혔다”며 “스페셜 점포 도입으로 인해 상품 구성도 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장 콘셉트에 맞는 제품을 협력업체에 추가 발주했기 때문이다”며 “예를 들어 3개 묶음을 5개 묶음으로 늘리는 경우는 있어도 구성이 줄어들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신선식품 무상 A/S’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해당 카테고리(1차 농·수·축산물, 낙농 및 유가공품 등)에 대한 자신감 또는 이를 강조하는 구호에 불과할 뿐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다.

신선식품 무상 A/S는 구매 후 7일 이내 영수증과 결제카드, 상품 실물을 지참해 점포를 방문하면 1회당 10만원, 월 10회까지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품질(맛·색·당도·식감)에 만족 못하면 월 최대 100만원, 연간 1200만원까지 돌려준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은 고객이 환불을 받을 목적으로 상품을 훼손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환불해주고 있다. 불필요한 마찰로 소비자를 잃는 것보다 지키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에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벽·오전배송에 힘을 주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이렇다 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하던 점포 기반 온라인 배송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새벽·오전배송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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