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후계자, '빵빵한 스펙' 앞세워 눈치 안 보고 경영수업
컨설팅사, '고급 인력'과 '잠재적 고객사' 동시 확보

[한스경제 이성노] 재계 오너가(家) 자녀들이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 회사, 직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고, 컨설팅사는 예비총수를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게임이다.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자, 재계 후계자들이 글로벌 컨설팅사를 거친 후 가족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하나의 코스가 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씨(30·베인앤컴퍼니)를 비롯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34·보스턴컨설팅그룹),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삼남인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48·베인앤컴퍼니),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장남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42·보스턴컨설팅그룹),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41·보스턴컨설팅그룹),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41·액센츄어) 등 상당수의 오너가 자제들이 주요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경력을 쌓은 뒤 부모 소유의 회사에 입사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28·베인앤컴퍼니),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44·삼정KPMG),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장녀, 차녀인 박하민 씨(30·맥킨지)와 박은민 씨(27·보스턴컨설팅그룹) 등도 비슷한 케이스다. 또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37·보스턴컨설팅그룹)과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36·베인앤컴퍼니)의 첫 직장도 컨설팅 회사였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왼쪽부터) 씨를 비롯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 등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사진=SK, 현대중공업, 효성 

재계 후계자·컨설팅 회사 동행은 서로가 '윈윈'

오너가 자녀들이 컨설팅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눈치 보지 않고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컨설팅업의 특성상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깊숙한 부분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경험을 쌓기에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면서 해당 분야에 연관된 고위 임원들을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재계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비교적 다른 회사로 이직이 수월하고, 고액 연봉도 장점으로 꼽힌다. 컨설팅 회사를 거치고 가족 회사로 이직하면 높은 직위와 연봉을 받는 명분도 확보하게 된다.          

컨설팅사에서도 오너 후계자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들 대부분 '스펙'이 뛰어난 재원이기 때문이다. 오너 자제는 대부분 국·내외에서 내노라하는 곳에서 학위를 땄다 또 이들이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경영에 참여할 경우에도 과거의 인연을 토대로 굵직한 주요 고객사를 자연스레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컨설팅사에서 오너가 자녀들을 보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업계에서는 3대 글로벌 컨설팅사로 꼽히는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은 대기업 자제들이 많이 다니고 국내 삼정KPMG, 삼일회계법인, 액센츄어 등에선 중견, 중소기업 오너 자제가 거친다고 한다. 총수 일가가 아니라도 주요 대기업 고위 임원 자녀들도 심심찮게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과거 주요 컨설팅사에서 근무했던 A씨는 "약간의 과장을 보탠다면 컨설팅사 직원들은 기업 총수 일가부터 고위 임원 자녀들의 집합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출신 대학 소재 역시 해외가 80%를 차지하고, 국내는 전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오너가 자녀들은 주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베인앤컴퍼니에서 경험을 쌓았다. /표=한스경제

'갑을 관계' 기업·컨설팅사, 채용 과정 마냥 투명하진 않을 것
  
기업 오너 자녀와 컨설팅사 동행은 서로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나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컨설팅사는 기업으로부터 일감(프로젝트)을 따내야 하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을(乙)'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고객사와 연줄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입사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의구심도 드는 게 사실이다. 

한 컨설팅사에서 근무했던 B씨는 "이들 컨설팅사에서 주변에 연줄로 입사한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면서 "실제로 '누구, 누구를 통해 들어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B씨에 따르면 컨설팅사는 기업 프로젝트 계약으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보니 보이지 않은 채용청탁이 없을 수 없다는 것. 특히 극소수의 엘리트 인력을 중심으로 충원하는 업계 특성상 채용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컨설팅회사의 채용과정이 마냥 투명하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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