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박종민] 2015-2016 프로배구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남자부 판세는 ‘4강-1중-2약’이다. 1위 OK저축은행(11승5패 승점 35)과 1경기를 덜 치른 4위 삼성화재(9승6패 승점 26)의 승점 차는 9점이다. OK저축은행과 2위 현대캐피탈(10승5패 승점 30)도 살얼음 경쟁을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도 OK저축은행보다 1경기를 덜 치렀다. 3위 대한항공(9승6패 승점 27)과 삼성화재는 승패는 같고 승점만 다르다. 삼성화재는 최근 8경기에서 7승 1패를 기록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삼성화재는 선두 OK저축은행까지 위협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된다.

여자부도 비슷하다. 여자부는 ‘2강-3중-1약’의 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9승3패 승점 26)과 흥국생명(9승3패 승점 24) 뒤로 한국도로공사(7승6패 승점 20), IBK기업은행(6승6패 승점 19)과 GS칼텍스(5승8패 승점 17)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1위 현대건설과 2위 흥국생명은 승점 2점 차, 3위 한국도로공사와 5위 GS칼텍스의 승점도 3점 차에 불과하다. 중위권 팀들은 상위권팀들과의 격차를 서서히 좁히고 있어 머지 않아 5개팀이 1위 싸움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 팀 감독들은 우승후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난색을 표했다. 당시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과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 등은 “다 엇비슷한 전력이다. 선수들의 그날 컨디션이나 팀워크에 따라 승부가 바뀔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부의 이정철 IBK 감독도 “우승후보로 한 팀을 꼽기는 너무 어렵다. 다섯 팀 다 결승에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다”며 팀간 전력 차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프로배구는 전력 평준화가 이뤄진 모습이다. 과거에 비해 외국인 선수의 기량도 엇비슷하고, 토종 선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공격성공률 1위부터 10위까지 국내 선수는 김학민(56.05%ㆍ3위), 김요한(52.17%ㆍ5위), 송명근(52.08%ㆍ6위), 전광인(51.74%ㆍ7위) 등 무려 4명에 달한다.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에서 밀리지만, 국내 선수들은 그만큼 효율적인 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자부는 이번 시즌 처음 실시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팀간 전력 평준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국내 무대를 밟은 여자 외국인 선수들은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 졸업예정자 또는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 경험자들이다. 따라서 남자부처럼 국내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토종 선수들의 활약이나 팀워크에 따라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레오 등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할 당시 국내 프로배구는 이른바 ‘몰빵 배구’였다. 당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특출했을 뿐더러 구단들도 그들에게 상당히 의존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대부분의 기록 순위에서 여전히 외국인 선수들이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지만, 국내 선수들과의 차이는 예년에 비해 크게 나지 않고 있다. 한 선수가 승부를 좌우하는 배구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프로배구의 재미와 인기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문성민-서재덕(왼쪽, 현대캐피탈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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