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다이어트에는 실패, 주행 성능에 아쉬움

[한국스포츠경제=김재웅 기자]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성향)이 컴팩트 SUV 시장에도 침투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를 표방한 XC40을 출시하면서다. XC40은 컴팩트 SUV가 공간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했다.

볼보는 최근 대대적으로 XC40 시승행사를 열었다. 남양주와 춘천, 그리고 서울 중심부로 움직이는 경로다. 주행거리가 200km 2시간을 넘는 시간 충분히 XC40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볼보 XC40은 볼보가 처음 만든 컴팩트 SUV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깔끔함을 장점으로 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XC40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다. 볼보가 만든 첫 컴팩트 SUV. 전장이 4425mm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군더더기를 쏙 빼는데 힘을 쏟았다.

미니멀리즘은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드러난다. 볼보의 패밀리룩을 적용해 다른 XC 시리즈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차체가 작아진 만큼 그릴과 에어 인테이크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였다. 대신 입체감을 강조하면서 뚜렷한 이목구비를 강조했다.

심심한 내부 인테리어, 가득한 수납공간

내부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미 XC60이 선을 3개로 줄이는 등 미니멀리즘 프리미엄을 맛배기로 보여준 바 있지만, XC40은 XC60에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

시원하게 트인 전방 시야는 가장 눈에 띄는 미니멀리즘의 결과다. 대시보드를 한껏 내리 깔아서 운전자 눈을 방해하는 요소를 완전히 없앴다. 동급 모델과 비교해 높은 지상고와 시트포지션도 시야 확보를 돕는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실내 인테리어. 아무것도 없어보이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많은 수납공간을 볼 수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특히 알찬 수납 공간은 XC40이 왜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컴팩트 SUV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공간 활용성을, 미니멀리즘을 통해 극복해낸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도어다. 다른 차들 대부분이 장착하는 스피커를 엔진룸쪽으로 밀어넣은 대신, 수납공간을 넣었다. 당장 도어 수납공간이 노트북을 넣을 수 있을만큼 커졌다. 외관 디자인을 따라 바깥쪽으로 볼록하게 만든 덕분에, 탑승 공간도 넓혔다.

고개를 숙이면 숨겨진 공간들도 마구 튀어나온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는 카드를 꽂는 홈이 파여져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선글라스와 휴대폰 수납 공간이 있다. 조수석 글로브박스가 크지 않은 대신, 바깥쪽에 가방을 걸 수 있는 고리를 장치했다.

센터 콘솔은 최대한 크고 깊게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볼보가 생각한 쓰임은 곽티슈. 하지만 각자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컵홀더 2개도 이상없이 배치했다.

XC40은 도심형 SUV로 쓰기에는 훌륭한 활용성을 가졌지만, 다이어트에 실패한 탓에 주행 성능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다이어트 실패, 승차감은 좋지만 주행성능 아쉬워

승차감도 우수하다. XC60과 같이 전륜구동이면서도 안정적인 가속감을 낼 줄 안다. 전폭이 1875mm로 경쟁모델보다 좁은 덕분에 좌우 흔들림도 많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노면 진동을 대부분 빨아들일만큼 부드러우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도록 적정점에 세팅됐다.

동급 처음으로 장착한 반자율주행 시스템도 잘 작동했다. 전작이 너무 예민하게 작동해서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볼보가 비로소 적당한 수준을 찾은 듯 보인다. 위험이 감지되면 우선 경보를 울리기 시작하고, 긴급제동 시스템은 사고가 나기 직전이 되면 반응한다.

이렇게 XC40은 미니멀리즘을 잘 실현한 대신, 다이어트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 듯 하다. 공차중량이 무려 1740kg.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100kg 가량 무겁다.

비만은 주행 성능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이다. 그나마 국내에는 2리터 가솔린 터보엔진 단일 모델로 출시된 탓에, XC40이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원상으로 동급 모델 수준인 최고출력 190마력에 최대토크 30.6kg·m를 내지만, 실제로는 가속페달을 깊숙히 밟아도 공허하게 엔진 회전수만 올라가는 일이 반복됐다. 

연비도 문제다. XC40의 공인 연비는 10.3km/ℓ로 동급 최저 수준이다. 실제 확인한 연비는 8km/ℓ 안팎이었다.

일각에서는 프리미엄에 걸맞지 않는 내부 고급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R-디자인에 적용된 오렌지색 펠트 소재로 발랄함을 추구했지만, 부직포와 같은 질감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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