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4일 개봉)은 단순한 청춘영화가 아니다. 방구석 래퍼 학수(박정민)가 과거의 흑역사를 극복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은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은 ‘커다란 꿈을 품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자’는 획일화된 메시지가 아니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는 영화다. 이 감독은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학수, 그리고 관객이 좋은 질문 앞에 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 ‘변산’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사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은 게 3~4년 전이다. ‘사도’를 찍고 있을 때였다. 지금도 내용이 촌스럽지만 그 때는 시나리오가 더 촌스러웠다. 한 번 각색해 보려고 했는데 ‘럭키’가 개봉을 하더라. 원래 ‘변산’의 주인공 캐릭터가 단역배우다. 그래서 엎고 ‘동주’와 ‘박열’을 연이어 찍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변산’이 생각났다. ‘내 고향은 폐항. 가난해서 노을밖에 보여줄 것이 없네’라는 두 줄의 시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쇼미더머니’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을 래퍼로 바꿨다. 촌스러운 고향 변산과 가장 세련된 것을 접목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동주’에 이어 또 박정민을 캐스팅한 이유는.

“박정민이니까. 박정민이 참 친근한 얼굴 아닌가. 나이도 아직 어린데 연기는 정말 걸출하게 잘 하기도 하고. ‘파수꾼’이라는 영화를 통해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짊어지고 나갈 배우라는 걸 이미 증명했다고 본다. 사실 랩이라는 게 굉장히 큰 숙제였을 텐데 1년 동안 정말 피 나게 연습하더라. 박정민은 뭐, 판소리를 해도 잘 할 것 같다.”

영화 '변산' 포스터./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변산’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감정 균형을 잡기 힘들지 않았나.

“내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다. ‘라디오스타’가 대표적인 ‘웃픈’ 영화지. ‘왕의 남자’나 ‘황산벌’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인 코미디를 즐기는 편이다. 사실 삶이 갖고 있는 질곡의 고통을 벗어나서 웃기는 영화는 성취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프고 슬픈 순간에서 빛나는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게 없다.”

-박정민이 아버지 역 장항선을 때리는 장면에 여러 관객들이 놀랐을 듯하다.

“사실 난 학수가 아버지를 때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맞으려고 발버둥치는 장면이다. 계속 ‘쳐’ ‘때려’ ‘컴 온!’ 이런 말을 반복하지 않나. 제발 아들이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외면한 존재, 아버지를 밟고 넘어가길 바라는 것이다. 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아버지의 충심이다.”

- ‘동주’ ‘박열’ 등 청춘을 다룬 전작들과 어떤 점이 다를까.

“현대물에서 청춘을 다룬 적은 처음이다. 사실 현대에서 청춘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 청춘이 획일화 된 모습이라면 ‘아재’ ‘꼰대’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동주’나 ‘박열’과 다른 점은 서로 다르다는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수와 선미(김고은)의 가치관이 다르다. 학수와 용대(고준)도 다르다. 청춘은 각자 다른 모습을 해야 한다. 그게 개성인거고.”

-항상 배우, 제작진과 잘 지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연출에도 이 가치관이 담긴 것 같다.

“더불어 잘 살고 싶어서 그렇다. 다 가난한데 혼자 잘 살았을 때 누가 지옥일 거라고 생각하나? 혼자만 잘 사는 사람이다. 가장 훌륭한 아들은 못난 아버지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 그게 바로 더불어 사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라는 탈무드의 교훈이 있다. 때론 사람들은 그릇된 욕망을 키우고,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성공한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지. 성공보다 행복이 우선시해야 된다. 사람들은 행운을 뜻하는 네잎클로버만 좇는다. 하지만 행복을 뜻하는 세잎클로버가 더 소중한 법이다.”

-‘변산’이 관객에게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나.

“인생아 웃자. 웃고 즐기자. 성장보다 성숙이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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