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각사 강점 극대화로 시너지 효과...신사업 진출시 리스크 최소화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정유·화학업계에서 경쟁사간 협업(collaboration)이 활성화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종 업계간 경쟁사들은 서로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엔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진다면 합작사까지 설립하는 등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유업계 1, 2위 업체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협업을 통해 C2C(고객 대 고객)기반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화학업계에서 경쟁사간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활성화 되고 있다. /사진=SK에너지 

정유업계 1,2위의 협력관계 '눈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상극 관계를 깨고 협력 관계로 돌아섰다. 두 회사는 지난달 20일 '스타트업과 상생 생태계 조성', '주유소 공간의 새로운 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확산'을 목표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의 첫 번째 협력 사업은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C2C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Homepick)'이다. 홈픽은 집하 부담으로 인해 물품 발송에서 수령까지 고객의 택배 접수ㆍ대기 시간이 길다는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표적 두 기업이 과거의 경쟁방식과 전혀 다른 '손을 맞잡고 새로운 공유 인프라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선언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시설을 함께 건설하기로 뜻을 모으며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자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부지에 공장을 건설한다.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공장 설계에 착수했고, 연간 3조8000억원의 수출 증대와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종합에너지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인 획을 그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역시 "정유사와 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하여 국내 최초의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SK 현대오일뱅크, 해외업체와 제휴

정유·화학 업계의 협업은 이뿐만 아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는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중국 석유화학업체 '시노펙'과 공동 투자를 통해 '중한석화'를, 사우디아라비아 종합화학기업인 '사빅'과 함께 'SSNC'를 출범했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에너지와 파트너십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일본 '코스모오일', 영국·네덜란드 석유사 '쉘', 롯데케미칼, OCI 등과 합작 투자해 각각 '현대코스모',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케미칼', '현대OCI' 등을 설립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과 손잡고 윤활유 계열사인 '에쓰오일토탈윤활유(STLC)'를 설립한 바 있다. 

이처럼 정유·석유 업계가 경쟁사와 상생의 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두 기업이 사업 전략과 목적이 같으면 신사업에 진출할 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는 국내외 기업들과 활발하게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표=한스경제 

한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협력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각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합작회사를 설립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동 사업을 추진하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더 극대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굳이 단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예컨대 A기업이 기술력을, B기업은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투자 리스크는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측은 "현대오일뱅크의 원료, 롯데케미칼의 기술과 영업력이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처럼 '사회적 가치 창출', '공유 경제 확대'라는 공통된 사업 지향점도 '상생'을 가능하게 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GS칼텍스와 협업은 기존 조인트벤처 등과 성질이 다르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양사의 공통 지향점이 이번 제휴 사업으로 발전하게 됐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보유한 양사가 의기투합한 만큼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서로 다른 기업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분쟁이 생길 위험성도 분명히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상호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계약서에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히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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