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종합검사제 3년 만에 부활...'저승사자' 이은 '호랑이' 등장인가
지배구조·불완전판매·부당금리 도마에...전 금융권 점검 이뤄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눈높이에 맞춤 금융감독혁신 과제' 5대 부문 17개 과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불완전판매 방지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금융감독 역량을 집중하겠다. 어떻게 보면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금융감독원 수장에 오른 윤석헌 금감원장이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호랑이 발톱’을 드러냈다. 윤 원장은 이날 ‘소비자보호’에 방점을 찍고 금융회사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5대 부문 17개 과제를 제시하고 강도 높은 금융감독 혁신과 개혁을 예고했다.

윤 원장의 행보에 전 금융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고 있다. 3년 만에 종합검사제 부활을 비롯해 금융그룹 경영 쇄신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금감원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부당대출금리가 적발된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업권의 불완전판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까지 집중 점검할 계획을 밝히며 전 금융권에 걸친 감독 강화를 천명했다. 

#1. 朴정부때 폐지된 '종합검사제' 3년 만에 부활 

지난 정부 때 폐지된 종합검사제도 3년 만에 부활한다. 금감원은 검사 실효성을 높이기위해 금융회사의 경영실태를 큰 그림에서 파악·개선하기 위해 종합검사제를 올 4분기부터 다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케이뱅크 인가 특혜 의혹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등 금융권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 대한 특단의 조치다.

종합검사제는 2~3년 주기로 길 게는 한 달 가량 금감원 인력을 금융사에 파견해 문제가 없는 지를 집중 점검하는 방식이다. 금융사 자율성 강화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당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폐지하고 금융사 경영실태 평가로 대체한 바 있다.

당시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였던 윤 원장은 한 일간지 칼럼에서 ‘금감원의 종합검사 폐지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금감원이 책상 앞에서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이를 상시검사제로 대체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종합검사 폐지는 오히려 그 발상 자체를 폐기처분하는 게 옳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부활하는 종합검사제는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를 선별해 종합검사를 강화하는 ‘유인부합적’ 종합검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 있는’ 회사에 대한 ‘맞춤형’ 검사인 셈이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관리, 적정자본 보유는 물론 지배구조 개선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고 금융감독 목표 달성 여부와 금감원 보고내용의 진위를 파악하는 식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최근 금융권 사건·사고가 많았다. 핀테크 등 새로운 분야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종합검사가 금융회사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종합검사는 확인 절차 또는 감독의 마무리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 “부당대출금리·불완전판매 역량 집중할 것”…은행 이어 제2금융권도 ‘집중점검’ 예고

방점이 찍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는 모든 금융권의 금리·수수료 결정 체계를 집중 점검하고 불완전판매를 비롯해 정보와 협상력이 없는 소비자에게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 행위 근절에 역량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은행권에선 최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적발된 부당 대출금리와 관련한 검사를 전 은행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저소득층 및 자영업자에 대한 과도한 금리 부과 여부를 집중 조사한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도 올 하반기 중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대출 영업실태를 공개해 대출금리 부당 부과 여부를 점검한다.

보험상품 등 판매채널에서 많이 발생하는 불완전판매 문제도 언급됐다. 윤 원장은 “불완전판매는 최근 여러 금융권에서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라며 금융위원회가 협의 하에 불완전판매 행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적 소비자 보호 장치로는 민원 건수나 불완전판매 비율 등 소비자판매 관련사항에 대한 금융사의 자체 공시를 유도하고, 불완전판매로 인한 민원에 대해서도 사후구제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3.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촉구…셀프연임·경영승계 집중 점검

지난해 ‘셀프 연임’ 문제로 도마 위에오른 금융회사 지배구조도 감독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위한 감시·견제 장치로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올 4분기부터 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를 강화한다. 사외이사 면담을늘리고 이사회 핸드북을 작성하고 배포하는 등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 제도를 내년 상반기부터 신설해 운영하고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 점검한다.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 주식 과다 보유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협의 하에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통합금융감독에서 자본규제 중 집중위험은 뒤로 미뤄놨다. 언젠가는 검토해서 추진할 거라 본다. 보험업법과 새로 추진하는 통합감독법의 조화해 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나 채용문제는 절차적인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대형 은행지주의 지배구조, 자본·유동성 관리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실태평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 경영승계 계획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준수실태를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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