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채용포털 조사, '최저임금 높다' 근로자 응답비율 1년 새 4.5배 증가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언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역대 최대인상률(16.4%)을 기록한 올해만 보더라도 영세 소상공인의 절규는 이어지고 있고, 청년실업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고용주와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이 높다고 생각하는 근로자 비율 역시 지난해보다 약 4.5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을 높게 생각한다는 근로자가 지난해 6.90%에서 올해 31.19%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사진은 지난 3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근로자측인 이성경 위원(오른쪽)과 사용자측인 이동응 위원.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높다' 근로자, 6.90%→31.19%…알바생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어렵거나 시기상조"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두고 날선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올해 최저임금을 높게 생각한다는 근로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심사 중인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근로자는 31.19%로 지난해(6.90%)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최저임금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업주 비율은 지난해 36.23%에서 68.75%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뿐만 아니다. 최저임금 역대 최대 인상률에 직격타를 맞은 영세 소상공인은 물론 아르바이트생까지 '최저임금 1만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이 희망하는 내년 평균 최저임금은 8613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보다 14.4% 인상된 수치다. 최저임금 인상 여부에 대해선 73.8%가 '올려야한다'라고 답했고, 올해 최저임금에 대해선 59.4%가 '기대보다 낮다'고 응답했다.

다만 최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서는 피고용자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기상조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아르바이트생 42.2%(고용주 16.5%)가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되겠지만 시기상조'라고 밝힌 응답자 역시 32.2%(고용주 50.4%)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되어야한다'는 답변을 내놓은 아르바이트생은 16.9%(고용주 8%)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너무 높아 말도 안된다'의 응답 비율은 8.5%(고용주 25.5%)로 나타났다.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정부의 2020년 계획(1만원)보다 높은 1만790원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 입에서 나온 목소리이기에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6470원)보다 16.4%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편의점 순증 점포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났다. /사진=연합뉴스

편의점 순증수 반토막…청년실업은 '최악'

올해 적용된 역대 최저임금으로 인해 소상공인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시간제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편의점주의 아픔이 컸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3대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의 순증 점포수(개점수-폐점수)는 982개(CU-394, GS25-343, 세븐일레븐-245)로 지난해 2336개(CU-942, GS25-1048, 세븐일레븐-346)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기존 점포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근무를 단축하고 있다. 사업주의 부담이 증가되면서 신규 출점 숫자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체감 인건비 부담은 2배로 뛰었다"면서 "최근 아르바이트 비중을 줄였지만,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일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은 많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5월 기준으로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1%로 지난 1999년 통계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A씨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주변 편의점들이 많이 폐업하고 있다"면서 "나 역시 근무 시간을 늘리면서 버티고 있지만, 내년에 올해 이상으로 인상된다면 정말 앞이 캄캄하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0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과 관련해 5인미만의 모든 소상공인 사업장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촉구했다.

한편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사는 팽팽한 맞서고 있다. 경영계는 올해와 동결(7530원)을, 노동계는 43.3% 인상된 1만730원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주요 지불 주체인 영세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한 사업별 구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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