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멀티 넘어 '문화 체험공간' 되다
영화관, 멀티 넘어 '문화 체험공간' 되다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8.07.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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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OTT 급성장… 오프라인 멀티플렉스 생존기
컬쳐플렉스로 진화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컬쳐플렉스로 진화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그래픽=오의정 기자 omnida5@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온라인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극장 업계에 암운이 드리웠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들은 매년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극장 박스오피스를 벌써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해 기준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은 전 해보다 고작 20억 달러 정도 오른 406억 달러 규모. 온라인 플랫폼의 매출은 전 년도 245억에서 321억 달러로 크게 점프했다. 서정 CGV 대표는 10일 열린 CGV 20주년 기념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 “앞으로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멀티플렉스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프라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극장들의 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됐다.

■ 줄어드는 영화 관객… 배경엔 OTT 성장

연간 5000만 명도 채 되지 않던 누적 관람객 수가 2002년 처음으로 1억 명을 돌파했다. 1998년 국내 첫 멀티플렉스가 도입된 지 4년 만이었다. 이후 연간 누적 관람객 수는 줄곧 성장, 2013년에는 2억 명을 넘었다. 문제는 2015년 2억2000명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한 이후 관람객 수는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는 것. 박스 오피스의 성장이 한계치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세계 영화 시장을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북미 시장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관람객은 지난 10년 통틀어 최저 수치다. 

배경에는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의 OTT 서비스가 있다. 지난 4월 CJ CGV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산업 박람회인 ‘2018 시네마콘’에서 컬쳐플렉스란 개념을 제시했다. 앞으로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멀티플렉스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체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강력한 몰입감과 공감각적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특화관의 다변화이고, 두 번째는 극장에서 제공하는 영화 외의 서비스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silee@sporbiz.co.kr

■ 특화관, 오프라인 극장 심폐소생술 될까

글로벌 극장 사업자 빅5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CGV는 특화관을 미래의 먹거리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사원들을 대상으로 첫 번째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고, 이를 통해 국내 1호 멀티플렉스인 CGV강변에 도심 속 자연을 콘셉트로 한 씨네앤포레를 오픈했다. 씨네앤포레는 완만한 경사의 슬로프형 바닥에 실내 잔디가 전체에 깔려 있고, 순록이끼인 스칸디아모스로 벽면을 꾸며 숲 속 캠핑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대형 산소발생기를 설치해 상영관 내부를 실제 숲의 산소 농도 수준으로 유지했다. 지난 6일 문을 연 이후 씨네앤포레는 평균 83%의 좌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일반 2D 상영관과 비교해 9000원에서 1만4000원까지 차이가 나는 가격이지만 오히려 상영관을 찾는 관객들은 더 늘어났다. CGV의 연간 평균 좌석 점유율이 3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또 시ㆍ청각은 물론 촉각, 후각까지 자극하는 4DX와 3면에 스크린이 설치된 스크린엑스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과 비교해 확실한 차별점을 찾는다. 4DX의 경우 지난 2009년 처음으로 국내에 론칭돼 2014년 국내ㆍ외 통합 100개관을 돌파했고 7월 현재 59개국 544개 상영관으로까지 확대됐다. 연간 1억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016년부터는 흑자 전환을 이뤄 1120억 원의 매출, 12억 원의 영업이익을 발생시켰다. 서정 CGV 대표는 10일 열린 CGV 20주년 기념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 “여기서 끝나지 않고 4DX와 VR을 결합해 새로운 기술을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에 도입된 스크린엑스의 경우 아직 적자 단계이지만 내부 관측은 희망적이다. 최병환 CJ 4D플렉스 대표이사는 “스크린엑스가 4DX처럼 계속해서 영화를 상영하고 매출을 창출하는 사이클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적어도 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4DX를 안정적으로 해외에서 정착시킨 만큼 스크린엑스는 4DX보다 빠른 속도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 영화관을 넘어 놀이터로

문화 플랫폼 강화는 CGV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가치다.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수가 정체 및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화 외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영화 덕후들을 위한 성지’를 표방하는 씨네숍과 다이닝 펍에 볼링장을 접목한 스포테인먼트 공간 볼링 펍(CGV스퀘어), 아트ㆍ디자인ㆍ라이프스타일 서적 1000여 권을 비치한 북앤라운지(CGV강변),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 씨네라이브러리(CGV명동역) 등이 그것이다.

특히 지난 해 7월 리뉴얼 오픈한 CGV용산아이파크몰은 아이맥스와 4DX, 스크린엑스 등의 상영관을 갖췄고 프리미엄 상영관인 골드클래스와 상영관에 레스토랑이 접목된 씨네드셰프, 인디 영화 전문 상영관인 아트하우스 등이 들어서 있다. 또 실제 방송이 진행되는 오픈 스튜디오와 tvN 굿즈 몰, 스크린 사격ㆍ양궁 시설과 VR 체험 시설들이 마련돼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 받고 있다. 누적 관람객만 2500만 명에 달한다.

마블 팝업스토어 운영하고 있는 롯데시네마.

■ 메가박스ㆍ롯데시네마도 변화 돌입

CGV 뿐 아니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미래 먹거리 찾기에 돌입했다. 지난 2014년 전 지점 상영관의 좌석을 가죽 시트로 교체한 메가박스는 쾌적한 관람환경 제공에 힘쓰고 있다. 사운드 특화 상영관인 MX관을 비롯해 라운지 서비스와 더욱 편안한 시트를 갖춘 부티크관 등 특별관이 속속 오픈하고 있고, 유모차 보관소와 어린이들을 위한 앞자리 별도석을 갖춘 키즈관 등 특화관도 생겨나고 있다. 영화 외에 뮤지션들의 공연 실황, 오페라, 뮤지컬 등으로 상영작을 확장해 콘텐츠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관객들이 주인공을 향해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작품 속 노래나 대사를 따라하는 등의 ‘응원 상영’은 메가박스가 국내에선 가장 발 빠르게 점유한 분야다. ‘응원 상영’ 참여는 모바일 디바이스로 홀로 콘텐츠를 즐길 때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롯데시네마는 캐릭터와 관련된 스페셜 굿즈 개발에 힘쓰는 모양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달 엔씨소프트와 캐릭터 브랜드 활성화 제휴를 맺고 엔씨소프트의 캐릭터인 스푼즈를 활용한 매점 상품과 스푼즈 테마의 상영관 개발에 나섰다. 또 월드타워, 김포공항, 건대입구, 노원, 산본피트인 등 5개관에 마블 캐릭터들과 관련된 스페셜 굿즈를 만날 수 있는 마블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영화 관람객은 물론 마블 마니아들의 발걸음까지 재촉하고 있다. 마블의 신작 ‘앤트맨과 와스프’ 개봉에 맞춰 스페셜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조성진 작가는 저서 '멀티플렉스 레볼루션'에서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반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들이 영화계에서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영화의 개봉 방식까지 바꿔가고 있다"며 "극장이 가진 영화를 보는 절대 공간이라는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수입·배급 투자회사 스톰픽쳐스코리아 김동영 대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경쟁 배급사들과 다른 차별화, 브랜드화를 통해 복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향하며 이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라며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CJ CGV, 롯데시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