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복적 어지럼증 유발 새로운 질환 발견…메니에르병·전정편두통·뇌질환 등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교수연구팀, ‘신경학(Neurology)’ 6월호 실려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을 치료할 수 있는 단초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마련됐다. 즉,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상 정상이어도 체질적으로 예민한 뇌기능에 의해 반복적인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규명돼 주목된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1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교수 연구팀이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을 발견해 국내외 학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원인 중 무려 2위를 차지하며, 전체 인구에서 두 명 중 한 명은 살면서 한번쯤 경험할 만큼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피로감 때문이라고 생각해 간과하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협진을 통해 통합적으로 접근해 어지럼증을 진단 및 치료하는 어지럼증센터가 도입될 만큼 그 심각성을 인정받고 있다.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이명,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청력소실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 편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전정편두통이 꼽히며, 드물긴 하지만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등도 반복성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각종 전정검사와 자기공명영상에서도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 어지럼증을 보였던 환자 33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환자에서 소뇌와 뇌간의 전정기능이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으로 항진돼 있는 등 기존 어지럼증 환자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발견됐다.

이들 환자에서 보이는 눈 떨림은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등 다른 어지럼증 질환에서 나타나는 눈 떨림에 비해 2~3배 정도 길게 지속되며 때로는 어지럼증의 강도가 매우 높게 유발됐고, 공통적으로 심한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새로운 질환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을 관찰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법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환자들의 뇌기능이 불안정하고 예민해져 있더라도 평상시에는 증상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이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으나, 신체 내의 변화 혹은 외부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이러한 적응 상태가 교란될 때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바클로펜’을 투여할 경우, 어지럼증 및 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안진(눈 떨림)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반복적 어지럼증 환자에서 발병기전을 규명해 기존의 검사 기법으로는 진단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을 찾아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번 연구가 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이선욱 전임의(제1저자)와 센터장인 김지수 교수(책임저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에 의해 진행됐으며,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올 6월호에 편집자 코멘트와 함께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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