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계열사 주식 팔아 '실탄 확보'…신세계그룹 경영 승계 시작되나
정용진, 계열사 주식 팔아 '실탄 확보'…신세계그룹 경영 승계 시작되나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8.07.1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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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회장 보유 주식 여전히 높아…증여세 부담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이마트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정용진·유경 두 남매로 이어지는 3세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장남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신세계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장남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신세계

11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전날 신세계I&C와 신세계건설 지분 전량(각각 7만4170주, 3만1896주)를 이마트에 매각해 111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또한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건설(37만9478주)과 신세계푸드(2만9938주) 지분을 팔아 178억원을 받았다. 정재은 명예회장은 신세계I&C 지분 4만주를 총 54억원에 매각했다.

이마트는 총수 일가 지분 매입으로 계열사 지배력이 강화됐다. 신세계I&C의 경우 29.01%에서 35.65%로 지분율이 올랐고, 신세계건설은 32.41%에서 42.70%로, 신세계푸드는 46.10%에서 46.87%로 늘었다.

이마트 계열사 지분 매입 현황. /전자공시스시템
이마트 계열사 지분 매입 현황. /전자공시스시템

◇신세계그룹 승계구도, 이마트 정용진·신세계 정유경 유력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거래로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승계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본다.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등을 제외한 그룹의 상장사 주식을 모두 털어내 지배구조를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속을 위한 실탄도 챙겼다.

현재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는 이명희 회장→이마트·신세계(지분율 각각 18.2%)→계열사 순으로 정리돼 있다.

앞서 ㈜신세계는 2011년 5월 기존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2개 회사로 분리했다. 장남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9.83%)를,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9.83%)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후계구도가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화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정재은 명예회장은 지난 4월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0만주(21.01%)를 증여한 바 있다.

남매는 아직 이명희 회장의 주식을 증여받지 못했지만 이 같은 작업이 진행되면 단숨에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마트 성수동 본사. /변동진 기자
이마트 성수동 본사. /변동진 기자

◇이명희 회장 지분 가치 2조 육박…증여세 부담 털어내야

문제는 이명희 회장의 주식가치가 전 거래일 종가 기준 1조8564억원에 달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증여세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이 증여되면 증여세만 7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받은 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하면 이 금액의 50%를 증여세로 내야 한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이마트, 광주신세계, 세계I&C, 신세계건설,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03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59억원을 수령했다.

물론 이명희 회장이 정용진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190만주·15.4% 중 50만주·4% 증여)을 물려준 시기가 1998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년 동안 상당한 재산을 축척했을 수 있다.

그러나 배당액으로만 봤을 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다. 정유경 총괄사장 역시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에 대한 증여세(940억원 이상)을 내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이명희 회장이 당장 지분 전량을 물려주지 않고, 조금씩 증여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식 거래가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희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명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신세계그룹 전략실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용진·유경 남매의 성과를 지켜보면서 증여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매입액도 적으며, 승계를 의도한 작업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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