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韓, 남성육아는 먼 나라 이야기
쏟아지는 저출산 극복대책, 효과는 ‘글쎄’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캠페인 [20]
아이와 아빠가 공원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pixabay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라떼파파(Latte-pappa)'.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면서 다른 손으로 커피를 마시는 스웨덴 아빠를 일컫는 말이다. 스웨덴에선 육아휴직 중인 아빠들이 유모차를 옆에 둔 채 카페 테라스에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헤이스웨덴’이라는 필명으로 블로그(https://brunch.co.kr/@enerdoheezer)에 스웨덴 유학기를 연재했던 김도희씨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아이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아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며 “출산 후에도 육아휴직 걱정을 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에선 출산 전부터 육아 휴직계획을 미리 세운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의 대학원 동료 '이다' 씨는 출산 전부터 남자친구와 육아휴직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놨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아이가 태어난 후 10일 간 첫 육아휴직을 썼다. 이다 씨가 대학원에 복학해야 하는 1년 뒤에도 1년간 두 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기간 중에도 오전 7시부터 4시까지 근무시간을 조정해 아이를 돌보고 있다.

스웨덴뿐 아니라 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대표적인 ‘라떼파파의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2016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스웨덴 45% △노르웨이 40.8% △덴마크 24.1%에 달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스웨덴의 ‘라떼파파’ /사진=SBS

◇ 스웨덴도 한때 ‘육아는 여성 몫’

북유럽 아빠들이 태어날 때부터 ‘라떼파파’인 건 아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스웨덴에서 육아는 여성의 몫이었다. 오늘날 ‘라떼파파’들 또한 엄마의 손길로 자라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문화가 확산된 건 정부의 적극적인 ‘아버지 할당제’ 덕분이었다.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자녀 1명 당 180일이던 육아휴직 기간은 1988년 12개월, 1989년 15개월을 거쳐 현재 480일까지 길어졌다. 또 1994년에는 아버지가 반드시 4주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이 기간 역시 2002년 60일, 2016년 90일까지 늘어났다. 특히 16개월 중 13개월은 급여의 80%를 보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3개월은 정액급여를 받는다. 아울러 정부는 부부가 육아휴직을 동등하게 나눠 사용하면 ‘양성평등 보너스’까지 제공한다. 

노르웨이는 1993년 처음으로 ‘아버지 할당제’를 시작한 나라다. 자녀가 태어난 뒤 아버지가 4주 동안 육아휴직을 가지 않으면 어머니도 육아휴직을 못 가는 방식이었다. 아버지 할당제 기간은 꾸준히 늘어나 2011년부터 14주로 유지되고 있다. 1993년 육아휴직 개혁 전에는 고작 3%의 아버지만 육아휴직을 냈지만 개혁 이후인 2014년 남성 참여율이 32%까지 증가했다. 특히 출산 후 49주까지 급여 100%를 지급받거나 59주 동안 80%를 받을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노력은 출산율 증가로 이어졌다. 1998년 1.5명이었던 스웨덴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 은 2015년 1.88명까지 늘어났다. 노르웨이의 2015년 합계출산율은 1.75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합계출산율이 1.3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다. 지난해의 경우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9명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韓, 남성육아는 먼 나라 이야기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먼 나라 이야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 중(공무원 등 제외)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2043명으로 1995년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13.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남성 육아휴직에 인색한 사회 분위기와 낮은 소득대체율이 장벽이라고 지적한다. 먼저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지만 그 조차도 안정적인 일자리에 편중돼있다. 지난해 남성 전체 육아휴직자 중 3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무하는 비율은 62.4%였지만 30인 미만 기업 근무자들은 15.5%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정부의 감시 뿐 아니라 노조가 나서고 있어 남성 육아휴직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노조가 없는 곳이 많고 업무 대체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성 육아휴직이 대기업·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리랜서 등 일을 해야만 돈을 버는 이들에게 육아휴직은 꿈같은 일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박승준 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소득”이라며 “자동차를 팔아야 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휴직하다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과 소득대체율이 높은 상관관계(상관계수 0.615)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육아휴직에 참가한 남성의 비중과 아빠 육아휴직 기간의 길이는 상관관계(상관계수 0.101)가 매우 낮았다. 우리나라에서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 쏟아지는 대책, 효과는 ‘글쎄’

정부는 현재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와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 과제’에 따르면 아내에 이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편에게 지급하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상한액이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어난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는 대게 두 번째로 육아휴직에 돌입하는 남성에게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아내의 출산휴가 중 남편이 사용하는 ‘배우자 유급출산휴가’ 기간도 3일에서 10일로 길어진다. 기존 배우자 출산휴가는 유급휴가 3일, 무급휴가 2일이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유급휴가 5일분에 대한 급여는 정부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또 자영업자뿐 아니라 특수고용직, 단시간 근로자 등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근로자에게도 90일간 월 50만원의 출산지원금(총 150만원)을 주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아빠 육아휴직 최소 1개월’ 문화 확산에 나서는 등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대기업 근로자뿐 아니라 전체 남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참여를 늘리려면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김진욱 서강대 교수는 지난 11일 열린 ‘제2회 서울인구심포지엄’에서 “저출산 원인 중 하나는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 부재”라며 “소위 ‘꼰대’스러운 아버지상을 한 남성들이 있는 가정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자녀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만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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