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박종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27년간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74)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그의 빈 자리는 여전히 커 보인다.

맨유는 9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B조 볼프스부르크와 최종 6차전에서 2-3 역전패를 당했다. 2승2무2패(승점 8)의 성적을 올린 맨유는 볼프스부르크(4승2패ㆍ승점 12), PSV에인트호번(3승1무2패ㆍ승점 10)에 이어 조 3위가 됐다. UCL 32강에 올라온 EPL팀(첼시 아스널 맨체스터시티) 가운데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아래 단계인 유로파리그 32강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올 시즌 맨유는 EPL 4위(8승5무2패ㆍ승점 29)에 올라 있다. 리그에서는 꽤 선전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맨유는 UCL 16강이 좌절되기 전에도 리그컵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루이스 판 할(64) 감독에게 구단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맨유는 판 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여름 이후 선수 영입 등을 위해 무려 2억6,150만 파운드(약 4,687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했다. 나아가 맨유는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네이마르(23•FC바르셀로나) 영입을 위해 1억4,390만 파운드(약 2,575억원)를 준비했다고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가 9일 보도했다.

그러나 판 할 감독은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이적생들이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하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특히 EPL 역대 최고 이적료인 5,900만 파운드(약 1,021억 원)를 지불하고 야심 차게 데려온 앙헬 디 마리아(27)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다 한 시즌 만에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나면서 판 할 감독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판 할 경질론은 이번 UCL 16강 탈락으로 다시 대두됐다. 일각에선 시즌 중간에 경질된 전임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전철을 밟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9일 “판 할 체제에서 맨유는 정말 발전하고 있는 걸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텔레그래프는 “판 할 감독에게 레임덕이 왔다”며 “리그 우승을 거머쥐는 것만이 그가 살 길이다”고 압박했다.

판 할을 향한 언론의 비판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그를 감싸는 맨유 출신 전설도 있다. 전설의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52)은 “판 할 감독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임 후 첫 시즌 목표는 UCL 진출권을 획득하는 것이었고 판 할 감독은 지난해 그 일을 해냈다”며 판 할 감독을 두둔했다.

판 할 감독은 UCL 16강 탈락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UCL과 리그컵에서는 탈락했지만, 리그에서는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판 할 감독이 퍼거슨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UCL 조기 탈락의 결과를 어떻게 만회해갈지 지켜볼 부분이다.

사진=루이스 판 할 감독(맨유 공식 페이스북).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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