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경영계에서 주장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무산은 '명약관화(明若觀火)', 즉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공익의 편에 서야 할 공익위원 대부분이 노동계 성향이 짙거나 친(親)정부 인사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노사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부결(찬성 9명, 반대 14명)되자 일제히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실상 공익위원이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협상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의 심의를 거친다. 근로자위원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인사, 사용자위원은 한국경영자총협,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 인사로 조직된다. 이들은 노사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익위원, 대통령이 직접 임명…대다수가 친노동·정부 인사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중재자'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선정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사실상 친정부 인사들로 포진된 셈이다. 특히 이번 공익위원은 대부분 노동계 성향이 짙은 인사들이 많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안건에 대부분 근로자위원과 뜻을 함께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공익위원은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부 부교수,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백학영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등이다. 

류장수 교수는 2012년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자리혁명위원회에 참여했고, 정부 출범 이후엔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맡았다. 김성호 상임위원은 고용노동부 관료를 지냈고, 김혜진 교수는 문재인 캠프에서 일자리위원을 역임했다. 권혜자 위원은 한국노총 출신이다. 강성태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4차 산업혁명정책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이주희 교수는 과거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익위원 "특정 성향說은 말도 안돼"

사용자단체 측은 일방적인 투표 결과에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공익위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선 반대했다"며 "이런 구조에서 임금 수준을 논의할 의미가 더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역시 "공익위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노력했음에도 한 명에게도 먹혀들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 사용자단체 관계자는 "공익위원이 노사간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인 것은 맞다"면서 "위원들을 모두 정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공익위원 측은 이번 투표와 관련해 '친노동', '친정부'와 연관짓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호 상임위원은 '한스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투표는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공익위원을 대변할 순 없지만, 내부적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의 '친노동', '친정부' 성향설(說)에 대해서도 그는 "올해뿐 아니라 과거에도 수차례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모두 무산됐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특정 성향에 대해선 말도 안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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