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연간 60만대 수출…현지 생산 모델도 타격 불가피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하면서 세계 무역분쟁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위기감에 따른 유비무환 조치인 셈이다. 아직까지 미국이 한국차에 대한 관세부과가 가시화되진 않았고 예정에도 없기 때문이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9일 김 전 본부장을 특별자문으로 위촉했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김 전 본부장은 2007년과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던 인물. 현대차가 굳이 이전 정부의 주요 관료를 불러들인 데에는 그만큼 세계 무역전쟁이 비상시국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근 자동차와 부품 분야에 25% 수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일환으로, 이르면 다음달께 현실화될 예정이다.

작년 미국 수출량 60만대…모처럼 회복세에도 찬물

앞서 미국은 철강부문에 대해 징벌적 과세를 부과한 후 뒷걸음질친 사례가 있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 무역전쟁적 상황을 볼 때 남의 집 불구경 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입장이다. 만약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부품까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수출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약 84만대. 업계 전문가들은 관세 폭탄을 맞으면 이들 대부분을 배에 태우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중 현대·기아차가 수출한 물량만 59만4419대다.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미국시장에서 모처럼의 성장을 이루고 있는 상태다. 올해말 벨로스터와 신형 싼타페, 제네시스 G70 등 신차를 출시하면서 상승세에 힘을 실어줄 계획도 있었다.

현지 생산차도 안심할 수 없다. 12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포드와 쉐보레 등 현지 조립 모델도 수천달러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이같은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부분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지만, 전체의 20~30%는 국내에서 수출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는 국산 완성차뿐 아니라 현지 생산차량 판매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주가 하락 시작…"정부 더 나서야" 목소리 커져

관세 조치 실시 전부터 피해는 가시화된 상태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5월 미국 관세 부가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목표가를 낮춰 발표하는 등 부정적인 전망을 숨기지 못했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 달 미국 상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여기에는 수입차와 수입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미국 내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미국 현지 부품사와 딜러사들도 이달 초 미국 정부에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행동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관계부처와 업계를 모아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파견해 미국 행정부 의회 인사들을 설득한다는 방안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마저도 부담을 감수하고 이전 정부의 고위 관료를 불러들인 것은 그만큼 위기 의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