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서민금융 프로그램 대폭 확대해야"... "금융정책, 어려운 사람들 더 어렵게 만드는 형국"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에도 대출 규제 잣대가 드리워지면서 서민들이 ‘대출 난민’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출문을 더 좁혔으니 총량 줄이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대출의 질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12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과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신전문업체, 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33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6조6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로 상반기 기준 최저치다.

금융당국 "취약계층 부실 막아라"…올해 상호금융권·제2금융권에도 '규제 잣대'

정부는 취약차주들의 부채 부실을 막기 위해 지원책에 더해 대출규제를 가동한 상태다. 올해 안에 모든 업권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Debt Service Ratio)이 도입된다. DSR은 주택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여신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총부채 상환능력을 반영해 대출을 취급하는 규제다. 오는 23일에는 신협과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10월부터는 저축은행 등에 추가 적용된다.

가계대출 경고 시그널을 계속 보냈으나 대출 규모가 늘고 있는데 대해 대출규제만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사채, 일수 등 금리는 더 높고 법적 보호는 더 취약한 제도권 밖으로 대출자들이 밀려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성연(29·남)씨는 “(은행이나 2금융권에서) 못 받게 한다고 필요한 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결국 더 비싼 (이자를 내는)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당국의 규제로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의 파이프라인을 조이는 규제를 하는 것에 대한 명분은 분명히 있다고 보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하는 규제가 아니라 은행권에 대한 규제를 서민 금융기관에 적용하다보니까 과도한 규제가 만연될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별 고유의 판단을 너무 획일화시키니 사각지대가 생기고 여기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인데 이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약계층이 임시변통을 할 수 있는 통로마저 없애고 어렵게 만들었으니 이를 어떻게 탄력적으로 운영할지 좀 더 고민해야 한다”면서 “올해 안에 저 위(은행)에 있는 규준이 밑(제2금융권)에까지 확대되는데,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와는 별개로 그들(금융 취약계층)은 가계부채 문제보다는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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