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70년 가까이 이어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한국시간)에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는 이러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나토 회원 29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뤠셀에서 정상회의를 가졌다. 회의의 주 안건은 ‘방위비 분담’ 문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의에서 "왜 29개 회원국 가운데 5개국만 2014년 합의를 지키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나토는 2014년 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을 일으킨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의 2% 이상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유럽 보호를 위해 국방비를 내고도 무역에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GDP 2%의 국방비 지출을 2025년까지가 아니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트위터를 통해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4%라는 수치는 현재 나토에서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미국(3.5%)조차 채우지 못하는 수치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에 따르면 29개 회원국 가운데 2014년에 합의 수준을 지킬수 있는 회원국도 미국을 포함해 8개국에 불과하다.

미국 매체 로이터에 의하면 미국 외의 나토 회원국들은 방위비 증액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그동안 미국에 군사기지 제공을 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를 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국방비를 늘려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감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독일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회의 당일 오전 천연가스 수입 목적으로 러시아 가스관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 정부를 겨냥하며 "내가 알기로는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2일(한국시간) 본인의 트위터에서도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보호받길 원하면서도 새 가스관으로 수입하는 에너지 때문에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건네기 시작했다"며 “이러면 나토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본인이 동독 출신임을 상기시키며 “동독은 소련의 통제를 받았지만, 지금의 통일 독일은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한다”고 반박했다. 주미 독일대사도 이례적으로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서로를 보호하는 핵심 임무로 단결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거친 언사를 건네면서 미국의 핵심 동맹을 타격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에 던진 ‘불신의 쇳덩이’가 서방의 단합을 파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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