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은 학부모의 과한 자식 사랑이 동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전 시험지 유출 가능성과 금품 거래 여부, 윗선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3일 광주 모 고교 3학년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관련 혐의로 해당 사립고교 행정실장 A 씨와 학부모 B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 씨는 학교운영위원장인 B 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지난 2일 오후 학교 행정실에 보관된 3학년 기말고사 시험지 일부를 복사한 뒤 사본을 B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시험지는 전체 시험 전체 9과목 가운데 고전, 화법과 작문, 미적분Ⅱ, 기하와 벡터, 생명과학Ⅱ 등 모두 5과목으로 알려졌다.

유출 행위가 발각된 것은 다름 아닌 B 씨 아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는 시험을 치르기 전 반 친구들에게 문제 관련 힌트를 건넸다. B씨 아들이 찍어준 문제가 기말고사에 나오자 일부 학생들이 그를 의심했고, 교사에게 신고했다. 학교는 B 씨와 아들 등을 면담한 결과 시험 문제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해당 학교 학교장 이름의 고소장을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12일 학교장과 피고소인인 A 씨와 B 씨를 소환해 1차 조사를 진행한 상태다.

여의사로 알려진 학부모 B 씨는 아들의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입시를 위해 고민 끝에 벌인 일이라고 이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와 B 씨가 함께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한 것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5과목이 아닌 3과목의 시험지 유출만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시험지 유출이 처음이고 금전 거래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B 씨의 아들은 1학기 중간고사에서도 평소보다 성적이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전 시험에서도 시험지가 유출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교육청에서 발표한 내용과 이들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고 있으며, 일반적인 시험지 유출 사건과는 달리 학교 측이 신속하게 자체 조사를 벌여 반나절 만에 시 교육청에 자진 신고했다는 점을 주목해 윗선 개입 여부도 수사 중에 있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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