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VN 잡았지만 텔레매틱스 불가능…자동차 업계와 공존에 무게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ICT와 자동차 업계가 커넥티드카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를 본격화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의 첫 비(非)영어 버전인 한글판을 국내에 출시하면서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커넥티드카의 양대 요소인 AVN(Audio Video Navigation)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텔레매틱스 서비스 불가능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면서, 공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구글은 12일 국내에 안드로이드 오토 한글판을 공식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구글코리아 제공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12일부터 국내 자동차에도 안드로이드 오토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에서 모바일을 그대로 활용하게 해주는 앱이다. 차량과 휴대폰을 선으로 연결하면 모바일을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구현하게 해준다.

디스플레이가 장착됐고, 앱을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 대부분 사용 가능하다. 국산차 중에서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대·기아차와 마이링크를 탑재한 한국지엠, 쌍용차 G4 렉스턴이 있다. 수입차 중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최근 출시한 대부분 차종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한국지엠은 모바일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마이링크를 주요 AVN 시스템으로 적용해왔다. 내비게이션 등을 적용한 AVN보다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한국지엠 제공

안드로이드 오토, 자동차사 자체 AVN 대안으로

안드로이드 오토는 기존 AVN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독차지했다.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과는 달리,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실시간으로 맵과 교통 정보 등을 업데이트 할 수 있어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에서 온라인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음악 스트리밍이나 검색 및 통화 서비스 등이다.

자동차 업계는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브랜드 상당수가 모바일을 염두에 두고 AVN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쉐보레 마이링크가 대표적이다. 혼다 역시 내비게이션을 앱 형태로 설치하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마이링크는 모바일을 자동차에서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출시되면서 훨씬 활용도가 높아졌다"며 "자체 AVN보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AVN 개발을 이어온 곳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오토가 소비자 편의를 늘릴 수 있다며 출시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사 모델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대대적으로 도입하면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자체 AVN과 안드로이드 오토의 경쟁이 아니다.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바이두 등과 협업을 통해 커넥티드카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텔레매틱스보다는 음성 인식 등 편의 기능에 중심이 쏠려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텔레매틱스 서비스 불가능…커넥티드카 시장서 ICT·자동차 공존 가능

특히 안드로이드 오토가 아직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는 ICT 업계가 커넥티드카 시장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텔레매틱스는 AVN과 함께 커넥티드카를 구성하는 요소다. 원격으로 시동을 걸고 공조장치를 작동하는 등 차량을 제어하거나 차량 상태를 분석하는 기능이 있다. 자동차 키를 모바일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 '블루링크'와 기아차 '우보'가 바로 텔레매틱스 서비스다. '메르세데스 미'와 'BMW 텔레매틱스', '아우디 커넥트'도 있다.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GM은 1995년부터 세계최초로 '온스타'를 서비스 중이다. 쌍용차도 테크-마힌드라 등과 시스템을 개발 중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블루링크는 차량을 원격제어하고 차량 상태를 확인해 경고하는 등 기능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일단 안드로이드 오토도 상담원과 통화해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교통 정보를 검색하는 등 '컨시어지' 기능까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차량을 제어하는 기능은 아직 도입할 예정이 없다. 자동차 개발사로부터 제어 권한을 받아야 하는 만큼, 특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도난이나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서비스 제공자가 차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며 "구글이 '구글카'를 만들거나, 자동차 업계와 관련 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서비스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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