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이네켄 ㆍ디아지오 순이익 100% 본사 송금...'기울어진' 과세체계 개편 시급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맥주업체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맥주에 대한 종량세 도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글로벌 맥주업체들이 국내에 설립한 법인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빼가면서도 사회공헌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입 맥주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과세체계(종가세)’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편의점 수입 맥주 코너. /연합뉴스

16일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네켄코리아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100.1%였다. 당기순이익 249억7000만원이지만, 이보다 많은 250억원을 네덜란드 본사(Heineken Brouwerijen B.V, 지분 100%)에 보낸 것이다.

하이네켄코리아는 2016년에도 배당성향이 99.8%(순이익 184억4000만원, 배당금 184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번 돈을 한푼도 빠트리지 않고 본사로 송금한 셈이다.

하이네켄은 2년간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챙기면서도 사회공헌은 사실상 무관심했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 척도인 기부금은 지난해와 전년 각각 7000만원으로 매출액(2017년 980억원, 2016년 811억원)과 비교하면 0.07~0.08% 수준이다.

◇ 하이네켄 ㆍ디아지오 순이익 100% 송금

기네스를 판매한는 디아지오코리아는 2016회계연도(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기준 배당성향은 101.8%다. 당기순이익 562억원을 올려 572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전년 배당성향은 237%(순이익 572억원, 배당 1354억원)였다.

반면 기부금은 11억원에 그쳤다. 매출 3257억원 중 약 0.32%만 사회공헌에 쓴 것이다.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가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는 2016년 배당성향이 168.5%(순이익 3억3000만원, 배당 5억6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68.0%(순이익 55억원, 배당 38억원)로 좀 낮아졌다.

기부금은 2016년 500만원에 이어 지난해 1000만원으로 두 배가량 늘기는 했지만, 1360억원의 매출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글로벌 맥주 기업보다 사회공헌도가 높은 국내 맥주회사가 ‘과세 문제’로 인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 맥주, 종가세 맹점 이용 파격 할인

현행 우리나라의 맥주 과세체계는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다.

국내 제조 맥주 출고가격은 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포함한 ‘과세표준액’에 주세(과세표준액의 72%), 교육세(주세의 30%), 부가세(과세표준액+주세+교육세의 10%)를 더해서 나온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액이 580원일 경우 출고가는 1235원이 된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격에 관세(0~30%)를 더한 가격이 과세표준액이 된다. 국내로 들여온 후 붙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수입가를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구조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4캔에 1만원’에 수입맥주를 구매할 수 있는 이유도 종가세 부과 방식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입 가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세 역차별 논란에 선 국산 맥주 하이트와 카스. /하이트진로·오비맥주

◇맥주 과세, 종가세→종량세로 변경돼야

일각에서는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바꿔 국산 맥주의 역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국산·수입 맥주 구분없이 리터(L)당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업계에 따르면 종량제로 바꾸면 1692원인 국산 맥주 500mL 한 캔의 출고 가격은 1481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수입가격 560원짜리 맥주의 출고가는 1192원에서 1223원으로 오른다.

고가 수입 맥주 가격은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다. 지난해 수입 맥주의 리터당 평균 주세액은 영국 제품이 1835원, 아일랜드 제품이 1307원, 일본 제품이 1009원이었다. 이를 리터당 850원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으로 계산하면, 영국산 맥주는 54%, 아일랜드산과 일본산은 각각 35%, 16% 정도 주세가 줄어든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주세법 체계로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하며 “종량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현재 종가세 체계는 품질이 좋은 맥주를 만들면 이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며 “품질이 좋지만 비싼 재료나 우수한 인력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에 주세가 연동돼 가격 경쟁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변동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