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팬들 울리는 온라인 암표상 횡포
지난 5월 열린 '드림콘서트' 현장. 최근 인기 가수들의 공연 티켓에 수백 만 원의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플미충'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여름 공연철을 앞두고 ‘플미 경보’가 떴다. 매크로 등을 이용해 인기가 높은 공연의 티켓을 구입, 값을 높게 뻥튀기해 되파는 암표상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여는 가수들은 물론 티켓을 얻지 못 한 팬들까지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아이돌 그룹들은 그간 고가의 암표를 파는 이른바 ‘플미충’ 문제로 골머리를 썩어 왔다. ‘플미’란 ‘프리미엄’을 지칭하는 팬들 사이의 용어다. 이 뒤에 특정인을 혐오할 때 사용하는 ‘충(蟲)’이라는 글자가 붙어 콘서트 티켓으로 지나친 돈벌이를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플미충’이란 말이 탄생했다.

이들 ‘플미충’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티켓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티켓베이 등의 사이트와 SNS 등이다. 대부분 팬들 사이의 티켓 직거래는 표를 구입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연에 가지 못 할 때 이뤄지는데, ‘플미충’이라 불리는 이들은 경우가 다르다. 이들은 여러 개의 명령문을 하나의 명령어로 묶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공연 표를 여러 장 구입한 뒤 티켓이 매진되면 여기에 비싼 프리미엄을 붙여서 되판다. 인기 공연이나 경기장 주변에서 “티켓 못 사신 분”이라고 외치며 호객 행위를 하는 암표상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오프라인 암표의 경우 보통 두 배, 많아야 본래 값의 세 배 정도만 지불하면 구입이 가능한데, ‘플미충’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 같은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10만 원 내외인 아이돌 가수의 공연 티켓 가격이 수백 만원 대까지 치솟기 때문이다. 일례로 다음 달 25일부터 이틀 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BTS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공연의 경우 15일 현재 티켓베이에서 최저가 30만 원 대, 최고가 9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티켓베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플미 티켓'들.

문제는 이 같은 온라인 암표상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암표를 팔다 적발되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돼 있다. 암표 호객 행위에는 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실질적 처벌 법안이 없어 이 같은 악성 암표상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규정을 ‘플미충’에게 적용해도 문제다. 이들이 티켓을 판매해 얻는 수익이 벌금의 액수를 뛰어넘고도 한참 남기 때문이다.

팬들은 극성스런 ‘플미충’ 때문에 가수의 이미지가 훼손되며, 자신들이 실제 입는 금전적 피해도 상당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부터 청와대 국민 청원 페이지에는 온라인 암표 판매를 단속하고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7건이나 올라왔다. ‘문화 예술 체육 쪽 암표 관련 법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청원에는 2만3459명이 뜻을 함께했다. 이 외에도 ‘플미 티켓을 사지 말자’는 캠페인이 SNS 공간에서 꾸준히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티켓을 자동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전문적인 온라인 암표상이 쓸어가면서 정작 공연을 관람하고 싶어하는 팬들은 예매에 실패하거나 웃돈을 얹어 봐야만 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데 대한 호소인 셈이다.

이런 요구에 국회에선 응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 해 초 매크로를 이용해 공연과 운동 경기 입장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여기에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암표 매매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공연법 개정안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7월 현재 소관위에 접수된 상태다. 티켓 직거래가 대부분 비실명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IP와 ID를 추적해야 하는 해당 법안이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는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많다. 손가락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매크로의 사용이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티켓을 구입하는 사재기만 근절돼도 팬들의 피해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희경 의원은 “해외에서는 이미 암표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관련법을 정비해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OSEN, 티켓베이 화면 캡처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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