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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오성철 기업시장부장]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에 대한 재신임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복권 가능성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6월말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사실상 신 회장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신 회장이 구속 수감돼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주주들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5차례에 걸친 신 전 부회장의 ‘도발’이 무위로 돌아간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분쟁이 종결됐다고 볼 법도 하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여전히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에서 패배한 것으로 결론 난 직후에도 그는 “그룹의 경영 정상화 요구를 지속하겠다”며 경영권 분쟁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곧바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원을 횡령 혐의로 고발한 사실을 흘리는 등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신 전 부회장의 끊임없는 ‘경영권 흔들기’를 바라보는 그룹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루한 표 대결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그룹이 치러야 할 비용이나 대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 회장 말고도 롯데 경영진에 대한 고소 고발 등 일종의 ‘노이즈((noise)'전략으로 일관하면서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계속 갉아 먹고 있다. 지난 6월말 주총 때도 행여 그룹 경영권에 이상이 있을까 황각규 부회장 등 수뇌부들이 주총이 열리는 일본으로 총출동해야 했다. 하반기 경영전략을 짜야 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면세점 사업이나 중국 시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데도 말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주주총회가 끝난 뒤 건물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인이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 신 전 부회장은 그룹 성장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  30여년간 일본 롯데에서 일하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해 주주들의 신뢰를 잃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는 오히려 꾸준히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팔아 치우며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4개 주요 계열사의 분할,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보유 지분 중 97%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매각대금만 총 7000억원에 달한다. 또 지난 3월에도 한국후지필름 롯데상사 등의 지분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1170억원 가량을 챙겼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언급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은 0.2% 남짓이고 롯데쇼핑 지분도  0.48%에 불과하다. 그룹의 장자(長子)라는 사적 지위를 제외한다면 주주로서는 한국 롯데의 경영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계열사 주식 매각이 알려졌을 당시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계열사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지금까지의 행보로 봤을 때는 그룹의 성장이나 운명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2004년 그룹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 (M&A)과 해외진출 전략으로 롯데를 재계 5위로 키운 신동빈 회장과는 누가 봐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주주는 기업에 대한 권리를 갖는 동시에 의무를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있는 주주라면 기업의 성장을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이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행보를 보면 우리 기업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일부 외국인투자자, 특히 기업사냥꾼들의 행태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기업사냥꾼들은 확보한 지분을 무기 삼아 기업의 장기 성장 전략과는 무관하게 단기적으로 자신들의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할 따름이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일궈놓은 롯데그룹을 기업사냥꾼들과 같은 마음으로 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금전적 이득을 취할 의도가 아니라 그룹이나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자신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지분을 유일한 무기로 갖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그룹 성장에 뚜렷한 성과를 낸 동생과의 볼썽 사나운 경영권 다툼으로 일관하는 한 어느 누구도 그의 경영 참여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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