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망 교묘히 피하며 초과 근무· 인건비 안나와 편의점은 폐업 고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법적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최저임금은 2년 연속 10% 이상 상승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ㆍ일과 생활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정작 산업현장에선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아직은 '먼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된 '내년 최저임금(8350원)'을 두고 산업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산업 현장에선 '곡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기 출근하고 비근로시간 적용 뒤 근무…추가 수당은 '0원'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작업량은 줄지 않았는데 근무 시간만 줄어드니 일종의 '편법'까지 동원해 근무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주 52시간 근무 체제에 맞추기 위해 업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기출근'이나 '비근로시간'을 이용해 시간외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전자계열 대기업의 사업부에서 일하는 A씨는 "회사에선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업무량이 줄어들지 않아 조기 출근을 하고, 비근로시간을 이용해 할당량을 채우고 있다"면서 "이전엔 초과근무 수당이라도 받았는데…"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기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업무량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규정을 지키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내부에선 암묵적으로 업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방법(조기출근, 비근로시간·하루 최대 4시간)을 활용해 공공연하게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탄력근무제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회사에서 탄력근무제를 도입했지만, 팀 단위로 사용할 수 있어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팀원이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 하나 때문에'라는 생각에 선뜻 상급자에게 탄력근무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제2금융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보통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12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퇴근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공식 업무시간은 9시부터 오후 6시(6시30분 PC 자동 종료)이다. 최근 업무가 많아지면서 점심시간(1시간)을 제외한 11시간 동안 꼼짝없이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B씨는 "팀 특성상 업무가 많아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근무시간 카운트 제도가 없고, PC오프제가 도입됐지만 랜선을 제거하면 문서 작업은 할 수 있어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주 52시간 근무를 장려하고 있지만, 할당된 업무를 마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는 "업무시간은 단축됐지만, 일의 근본적인 양이 줄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채용을 늘이지도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은 2년 연속 10% 이상을 인건비 상승으로 폐업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용 비중 큰 인건비 급상승…폐업까지 고려

최저임금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은 2년 연속 10% 이상 상승률을 보인 최저임금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의결됐다. 역대 최대 상승폭(16.4%)을 기록한 올해보다 낮지만 소상공인들이 체감 상승폭은 그 이상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비중을 아무리 낮춰도 본인 인건비(최저임금)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인천광역시에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내년에도 크게 오르게 돼 정말 걱정이다"며 "올해 아르바이트 근무 비중을 최대한 줄이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이전과 비교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인건비 상승은 수익에 엄청 큰 타격을 준다"며 "저뿐만 아니라 동종업계 사람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내년 최저임금만 생각하면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다. 

그는 "올해 아르바이트 비중을 많이 줄이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8000원대로 오르면 제 인건비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주변에 진지하게 폐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저 역시 내년부터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 지 정말 고민이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는 '주52시간 근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8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성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