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재웅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달으면서 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해외 시장을 확대하면서 내수에서는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 하지만 협력업체를 위해서는 뾰족한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16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6월말 기준 2288만2035대다. 5년 전인 2013년(1940만864대)보다 17.9%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 인구가 52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1000명당 440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일찌감치 아이오닉 브랜드를 출시하고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제공

아직 선진국과 비교하면 다소 적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1000명당 자동차 보급 대수는 서유럽 평균이 592대, 일본이 597대 등이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이 더 성장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신차보다는 노후 차량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KAMA 통계를 보면 15년 이상된 차량은 2013년 182만여대에서 2017년 276만여대로 51.6%나 급증했다. 그 밖에도 7년이상된 노후 차량 등록 대수가 20~30%가량 증가해 전체 등록차량 증가를 주도했다.

승용차가 상용차 수요를 흡수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013년 154만대에서 2017년 183만대로 18.8%늘었다. 반면 승합차와 화물차, 특수차는 431만여대에서 450만여대로 4.3% 늘어나는데 그쳤다. SUV 등 대형 차량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프리미엄 중형차, 가솔린 SUV, 소형차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장 포화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초소형 전기차 시대를 연 트위지.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그러면서도 승용차 판매량은 2016년 182만대를 기록한 이후 답보 상태, 한동안은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잇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70%가 산지인데다가, 도시 집중현상이 심한 곳이어서 자동차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도 한동안 연간 신차 판매량은 180만대 전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자동차 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가 최근 발행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현대차의 총 임직원(12만2217명) 중 해외 인력은 43%인 5만3341명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해외 인력은 150%이상 증가한 반면, 국내 인력은 23% 늘어나는데 그쳤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해외 판매 비중이 70%에 달한다. 지난 6월 기준 내수판매량은 7120대였지만, 수출량은 1만4801대였다. 닛산 OEM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로그만 1만3061대였다.

내수 시장에서는 '블루오션' 찾기에 한창이다. 친환경차가 대표적이다.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6월까지 39만3064대였다. 2013년(10만5044대)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는 일찌감치 아이오닉 브랜드로 국내외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한국지엠도 지난해  볼트EV를 들여와 국내에도 2세대 전기차 세대를 열었다.

르노삼성은 틈새 공략에 힘을 실었다. 프리미엄 중형차 SM6, 가솔린 중형 SUV인 QM6 GDe, 소형차 클리오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트위지를 통해 초소형 자동차 시장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중소 협력업체들이다. 올 초 2차 협력사인 엠티코리아가 매각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부산주공 등 협력업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일도 발생했다.

국내 사정도 좋지 않다. 올 여름에도 협력업체들은 '하투'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중소형 업체들은 최근 시행된 주당 52시간 근무제 여파로 인력 유출이 심해졌다는 후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 위기는 협력업체에 더 크게 작용한다. 도산 위기에 빠졌다는 전망은 다소 과장된 경향이 있지만, 어려움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보호무역 등이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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