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쏟아지는 입주물량에 역전세난 우려도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우 기자] 올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밀린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름철 비수기 영향으로 전세거래마저 줄어들면서 전세시장은 그야말로 ‘꽉 막힌’ 상태다. 하반기에도 대규모 입주물량이 예정된 가운데 일부지역에서는 역전세난 리스크도 확산하고 있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09% 하락했다.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말 하락세로 전환한 뒤 올해까지 단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하는 전세가격 지수도 97.60포인트까지 떨어진 상태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55조437억원으로 전월 대비 2.52% 늘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의 증가폭은 2월 4.51%까지 올랐지만 이후 4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쏟아지는 입주물량, 역전세난 우려

전세가격 하락세는 최근 2~3년간 신규 아파트 분양이 이어지면서 전국에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9500가구로 지난 5년 평균치인인 3만1800가구 대비 24.2%가 많다. 수도권에서도 지난 5년 평균치보다 37.61%가 많은 6만1100가구가 입주한다.

지난 2015년 정부에서 LTV·DTI 등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경기가 호황을 맞자 건설사들은 신규물량을 대규모로 책정했다. 입주물량은 늘어났지만 세입자가 확보되지 못한 미입주 비중이 커지면서 역전세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주 전국 주택 입주율은 74.5%로 4채 중 1채가 빈집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입주물량이 풀리면서 전세시장에 공급부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도과 일부 지방시장의 경우 신규 아파트 공급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역전세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거래량도 줄어들었다. 지난달 4일 기준 전국 전세거래지수는 10.6으로, 2008년 12월 29일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거래지수는 전세 계약의 활발함을 나타내는 지표다. 0~200 범위로 0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반기도 전세가격 하락세 이어진다

하반기에도 전세가격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분기(7~9월) 전국에서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10만2875세대다. 전년 대비 13.1% 감소한 물량이지만 전체 입주물량 중 절반에 가까운 4만6251가구(45.0%)가 경기도에 예정됐다.

경기도는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경기 화성·평택·김포·이천·용인·안성 등 6개 도시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된 경남(4628가구), 경북(4906가구), 충남(3411가구) 등에서도 3000가구 이상의 아파트에서 입주가 진행된다.

다만 하반기 전세 거래량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전세 거래량이 계절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는 9월 이후부터는 거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하반기에도 전세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 강남권에서도 가락시영 1만가구 정도가 입주하고 지방에서도 이미 6만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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