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저자세를 보여 많은 비판에 휩싸였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방송사 폭스뉴스 앵커가 그를 대신해 푸틴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이날 오후 방송된 폭스뉴스 '스페셜 리포트' 진행자 크리스 월리스는 푸틴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민감한 질문을 건넸다. 그는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독살 기도 사건과 2015년 당시 러시아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의 암살 사건 등을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은 왜 그렇게 많이 공격을 받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다수의 정치적 라이벌을 갖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여기에 월리스는 "하지만 그들은 죽음으로 끝을 맺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국가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고 그에 대한 부작용도 일부 있다"며 “스크리팔 사건의 경우 그와 관련한 문서나 증거라도 받아봤으면 좋겠지만 건네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월리스는 이어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대선 당시 민주당을 해킹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정보요원들에 대한 공소장을 푸틴 대통령에게 건네주려 하자,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공소장을 옆 탁자로 내려놓으려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은 러시아 영토에서 활동하는 누군가가 수백만 미국인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정말로 믿느냐"고 반문한 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단호히 부인했다.

해당 인터뷰를 진행한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으로 불릴 정도로 친(親) 트럼프 성향을 지닌 보수 매체로 알려져 있다.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대다수 관료가 회담 동안 푸틴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그 자리에는 크리스 월리스가 있었다"며 이날 인터뷰를 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 대선 개입에 대해 “나는 러시아가 그렇게 할 이유를 보지 못했다”면서 미·러 관계가 악화한 데 대해선 “미국이 바보 같았다고 생각한다”는 등 저자세를 보였다.

이에 미국 내 야당과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면서 대러 제재 강화와 백악관 안보팀 청문회 출석 등을 주장했다. CNN은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의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 가운데 하나를 지켜봤다”고 논평했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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