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신촌역사의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임차인 티알글로벌의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재무적 투자자인 케이박스(K-BOX)와 시티플러스의 신촌역사 면세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구조조정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회생절차 중인 신촌역사의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새로운 임차인을 물색하면서 기존 임차인의 지위를 주장하는 티알글로벌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기존에 갈등을 빚었던 티알글로벌을 밀어내려 한다”면서 “최근 코레일이 신촌역사의 새로운 임차인을 찾으면서 신세계, 케이박스 등 4곳의 사업체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코레일은 케이박스(K-BOX)를 우선순위에 두고 접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

JTC가 투자한 신촌역사 면세점 사업이 역사의 회생절차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JTC후쿠오카 지점, 사진=JTC홈페이지

◇140억 보증금 거부하는 코레일

앞서 티알글로벌은 신촌역사 임차와 관련해 한 차례 회생을 신청했다. 신촌역사와 당초 계약대로 임차보증금 100억원과 선납임차료 40억원으로 지급할 의사를 밝혔지만 코레일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이 반대하는 이유는 과거 티알글로벌과 얽힌 분쟁으로 남아있는 앙금이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티알글로벌은 지난 2017년 7월 경 신촌역사와 임대차 계약 이후 신촌역사의 얽혀있는 소송과 고지받지 못했던 세금체납 문제가 불거져 전차인들이 입주를 꺼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티알글로벌 관계자는 "복잡한 권리관계가 있는 신촌역사에 계약이행을 위해 약 20억원의 선비용을 들여 원상복구를 하고 전차인 모집을 위한 전대차 동의서를 받으려 했으나 신촌역사(코레일)의 미온적 태도로 협조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티알글로벌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체납 세금 등을 해결하려던 코레일은 오히려 티알글로벌이 정상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파기해 두 회사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반면 코레일은 정상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티알글로벌의 책임을 문제 삼아 임대차계약을 파기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12월 신촌역사 2,3,4층에 면세사업권을 취득했던 시티플러스가 JTC가 지분 참여한 K-BOX로부터 다시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갔다.

제이티씨(JTC)는 한국인 기업가가 설립한 일본 면세업체다. 지난 4월 코스닥에 상장됐고 JTC는 현재 자회사인 K-BOX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OX는 JTC로부터 270억원을 빌려와 신촌역사 2,3,4층의 면세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시티플러스에 240억원을 투자해 8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편 면세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시티플러스는 인천국제공항 제 1·2터미널에서 면세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전면세점 전문기업이다. 시티플러스는 신촌역사와 임대차계약으로 갈등을 빚었던 티알글로벌(탑시티글로벌)과 다시 전대차계약을 맺었다.

티알글로벌은 신촌역사에 면세점이 유치될 경우 수익증대를 고려해 K-BOX가 시내 면세사업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시티플러스와 암묵적으로 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촌역사 임차 검토했다 사업파트너 불화설까지... 면세사업은 어떻게?

문제는 코레일의 임차인 물색과정에서 K-BOX가 관심을 보인 탓에 케이박스의 면세사업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당초 K-BOX는 면세사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단순히 신촌역사의 임차인 진입을 고려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레일이 적극적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K-BOX가 기존 임차인 티알글로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K-BOX가 면세사업에 노하우가 있는 시티플러스에 투자를 결정하고 야심차게 시내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일로 시티플러스와 갈등이 생기면서 면세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겼다”면서도 “티알글로벌 또한 신촌역사 문제로 K-BOX와의 파트너 관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임차인 선정문제로 신촌역사 입점을 앞둔 상가임차인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분위기다. 이들은 티알글로벌과 전대차계약을 맺고 입점을 앞둔 가운데 신촌역사가 소송과 회생절차로 몸살을 앓으면서 법적지위가 불안해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신촌역사의 전차인(상가임차인)은 “우리는 티알글로벌과 계약을 맺고 신촌역사는 그 계약에 동의해 입점을 결정했는데 코레일이 임차인을 갑자기 바꿔버리면 우리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면서 “복잡한 상황이 하루속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신촌역사의 쟁점이 복잡해 본격적인 법정관리 결정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사에 보전관리인을 파견하는 결정을 내렸다. 보전관리인은 개시결정 전까지 회사의 자산과 주요 업무를 관장한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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