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때 `올해의 외환딜러` 상까지 받았던 엘리트
KB국민측 "업무 관련 없다"며 공식 답변 피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우 기자] KB국민은행에서 실적 압박에 견디다 못한 영업그룹 팀장이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았지만 "업무와 관련해 특이사항이 없다"면서 유가족에게 보상은 물론 사과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이에 KB국민은행 노조는 18일 오전 이와 관련한 항의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1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사건 속의 A팀장은 언론으로부터 한때 `올해의 외환딜러`라는 상을 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엘리트 은행원이었다. 지난 1월 실시한 직원 인사에서 그는 기존 광화문지점에서 중부지역영업그룹 팀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여만인 5월26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자살에 대해 유가족 측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회사측에 진상규명과 함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KB은행의 중부지역영업그룹은 KB국민은행 ‘KB스타팀’에 속한 곳으로 아웃바운드방식의  대출 등 영업이 주요업무인 부서다. 이 그룹의 B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취임이후 아래 직원들의 대출영업 등 실적 향상을 위해 도가 지나치게 영업 독려를 한 것으로 A팀장의 생전 비망록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KB은행은 지난달부터 노사 공동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은행 측은 “노사 공동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했으나 현재로서는 해당 건과 관련, 공식적인 답변은 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평소 A팀장과 친분이 있었던 동료와 지인들은 A팀장이 중부지역영업그룹으로 이동한 뒤부터 실적과 관련해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내부 관계자는 “A팀장은 지난 2008년 `올해의 외환달러`로도 뽑혔던 적이 있고 학사장교출신으로 평소 책임감이 뛰어났으며 업무는 물론 개인생활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성품이라 동료들의 평판이 좋았다”면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그의 장례식장에서 식사도 제대로 못한채 침통해했다. 이런 분이 자살할 정도면 위에서 얼마나 실적 압박을 줬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역영업그룹은 업무 진행상황에 따라 사람을 `바보`로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서 “외환딜러 등 본점근무를 오래했던 A팀장이 영업점에 배치돼 아웃바운드, 즉 대외 영업을 통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식의 실적 쌓기 업무 비중이 커지면서 정신적인 압박이 컸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A팀장은 지난 2012년 한국포렉스클럽으로부터 '올해의 외환딜러'로 선정된 바 있다. A팀장이 한 매체와 인터뷰했을 당시 사진. 사진=연합인포맥스

또 A팀장은 중부지역영업그룹 B대표와 평소 업무와 관련해 마찰이 있었던 사실도 A팀장의 비망록에서 확인됐다. A팀장은 자살하기 전 B대표 앞으로 보내는 편지형식의 비망록을 작성했다. 그는 비망록에서 B대표에게 '업무적으로 압박이 심하다', '자신의 상황이 현재 너무 힘들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은폐를 시도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측은 진상조사를 진행하면서 A팀장과 B대표와의 관계 등을 묻는 부서 동료들에게 질문지를 배포했는데, 기계적인 답변을 암묵적으로 요구했다는 것. 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회사 내부에서 지역영업그룹 관련 얘기가 금지돼 있는 상태”라며 “감찰관도 진상조사를 하면서 질문지를 왜곡하고 기계적인 답변을 받았다. KB국민은행 블라인드(익명 게시판)에서도 관련 게시글들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A팀장의 유가족은 KB국민은행에 대해 업무상 산재처리와 보상금, 경영진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그동안 한달이 넘게 회사측에 ▲B대표의 공개사과 ▲(A팀장에 대한)업무상 재해 수준의 보상 등을 요구했다"면서 "은행측은 단 한가지 요구도 제대로 들어 주지 않은 채 최근들어 `돌아가신 직원들만 여덟명인데 A팀장에게만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전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