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스터션샤인ㆍ김비서 등 대박행진...넷플릭스 계약ㆍ中진출 변수될 듯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사진=tvN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50대 직장인 한 모씨는 요즘 매주 토요일 밤 9시면 어김없이 TV리모콘을 놓질 않는다. 평일에는 술자리와 업무에 쌓여 TV를 통 보지 않지만 주말만큼은 케이블 채널에 시선을 고정한다. 대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본방 사수하기 위해서다. 한씨는 “탄탄한 스토리뿐 아니라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모던보이’, ‘모던걸’들의 낭만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한다. 주초에 만난 거래처와의 점심 약속에서도 단연 화제는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참석자가 모두 50대 남자였는데 하나같이 열혈 시청자였다.

평범한 20대 직장인 여성 김모씨는 수요일 퇴근 후엔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시청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어느새 주인공들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웹툰 원작인 만큼 다른 로맨틱 코미디처럼 내용이 산으로 가지 않아서 좋다”며 “‘웰메이드’ 드라마는 아니지만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 로맨틱 코미디와 거리가 먼 20대 초반 여대생 김모씨는 요즈음 각 방송사에서 쏟아내는 온갖 장르물에 빠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라이프 온 마스’가 최고라 말한다. 김씨는 “신선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아서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며 “드라마가 더 화제 되지 않는 게 아쉬울 뿐이다”라고 했다.

케이블서 10%넘는 시청률

세 드라마는 같은 제작사에서 만들었다. 손대는 작품마다 빵빵 홈런을 터뜨리는 스튜디오드래곤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이 케이블로는 드물게 세 번째 방송분에서 시청률 10%를 넘었다. ‘김비서가 왜 이럴까’도 압도적인 동시간대 1위다. ‘라이프 온 마스’ 시청률은 4% 대로 두 작품에 비해 높지 않지만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도깨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도 파죽지세다. 지난 3월 종영한 KBS2 ‘황금빛 내 인생’과 tvN ‘화유기’, tvN ‘라이브’, tvN ‘나의 아저씨’ tvN ‘무법변호사’ 등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이블채널이 주력이지만 시청률에서 지상파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

대박 행진의 첫번째 비결은 출연 배우다. TV를 통해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배우’들이 스튜디오드래곤의 작품에 기꺼이 참여한다. 월드스타 이병헌이 마지막으로 TV드라마에 출연한 건 2009년 ‘아이리스’였다. ‘미스터 션샤인’은 그가 9년 만에 선택한 브라운관 복귀작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태리도 이 작품으로 브라운관에 도전했다. 

공유는 ‘도깨비’로 4년 만에 TV드라마에 출연했고 ‘미스트리스’의 한가인 또한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과 영화 ‘건축학개론’ 이후 6년 만에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를 선택했다. 이승기가 군대 제대 후 처음 출연한 ‘화유기’ 역시 스튜디오드래곤의 작품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라이프 온 마스' 포스터 /사진=tvN

초호화캐스팅 부르는 작가 연출진

초호화 캐스팅이 가능한 뒷배경에는 뛰어난 작가와 제작진이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드라마제작사 KPJ,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 등을 자회사로 인수하며 이른바 ‘어벤저스’급 라인업을 완성했다. KPJ에는 ‘대장금’,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등을 집필한 김영현 작가와 박상연 작가가, 화앤담픽쳐스에는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를 쓴 김은숙 작가, 문화창고에는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을 맡았던 박지은 작가가 소속돼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의 여주인공 전지현은 전작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박지은 작가와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김태리도 “이응복 감독과 김은숙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제게 ‘너에게 맡기고 싶다’고 말해주셔서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바로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 하반기에도 기대작들을 줄줄이 선보인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지성•한지민 주연의 ‘아는 와이프’가, 9월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이 ‘로코킹-로코퀸’인 서인국•정소민을 내세워 대기하고 있다. 11월 방송예정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또 하나의 히든카드다. 현빈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데 중국에서 ‘대륙 여신’으로 떠오른 박신혜까지 합류했다. 이에 방송 전부터 중국 OTT(Over The Top)들과의 프리 세일즈(Pre Sales)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주가 모두 고공행진

연이은 흥행 돌풍은 각종 경영지표와 주가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분기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은 799억원으로 전분기(720억원)보다 11% 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분기(35억원) 대비 206% 늘어난 107억원에 달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은 지난해(2868억원)보다 31.5% 늘어난 3770억원, 영업이익은 109.8% 증가한 69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18일 11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올 들어서만 69%나 상승했다.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적지 않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1위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점도 주가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6월 넷플릭스와 ‘미스터 션샤인’ 방영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의무 공시 기준이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2868억원)의 10%인 점을 고려하면 판권 판매 수익이 3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1월 방영 예정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의 판권계약까지 감안하면 넷플릭스향 연간 수익이 4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본격적으로 중국향 콘텐츠 수출을 시작할 경우 추가 판권 판매 수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리는 등 우리나라 드라마 수입을 최소화했다. 특히 2016년 하반기부터 중국 내 한국드라마의 수입 쿼터가 막히면서 드라마 수출 실적이 하향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달 ‘2018 상하이 국제TV 페스티벌’에서 한국공동관이 운영을 시작으로 중국이 빗장을 푸는 모양새다.
 
변수는 중국…한한령 풀릴까

이미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이 중국 온라인 방송과 음원차트에 등장한 데다 예능프로그램 판권 판매도 이어지고 있어 대(對) 중국 드라마 콘텐츠 수출 재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스튜디오드래곤 또한 지난 1~2월 시그널 등 드라마 포맷을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 내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한 점도 중국 시장 개방에 대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력 드라마는 최소 80억원 이상의 판매 가격 형성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스터 션샤인' 외에 '아는 와이프',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등이 방영되면 하반기 스튜디오드래곤의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며 “특히 최근 한한령 해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중국 OTT 사업자에게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주가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중국은 결국 뚫릴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현재 중국 연예인들의 몸값 상승으로 드라마 제작비가 수백억원에 육박해 흥행이 입증된 국내 드라마 수요는 절대적이다”고 설명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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