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보기관 아닌 푸틴 주장에 동조...말장난으로 위기 모면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하고 러시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미국 내 후폭풍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중 부정어법'을 사용하려다 실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기 전 기자들에게 러시아 대선 개입에 대한 전날 자신의 발언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는 달리 미리 원고를 준비해 취재진 앞에서 읽어내려갔다.

그는"러시아의 행동(개입)이 선거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여러번 말했듯이 러시아가 2016년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에 대한 '완전한 신뢰'(full faith)를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단어를 잘못 말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저질렀다(it would)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문장이 아니라 '러시아가 저지르지 않았다'(it wouldn't)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이중부정 문장이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고쳐) 넣으면 저절로 뜻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실수라고 밝힌 문장을 수차례 반복해 읊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월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당국은 지난해 공동조사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공작을 지시했고, 서구 자유주의를 훼손하기 위한 광범위한 야심의 하나로 트럼프 후보의 승리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폄하를 염원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은 러시아가 2012년 선거와 그 이전에도 선거 때마다 개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정보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을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입한게)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렇게(개입)할 이유가 없다"라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의 발언음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도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반역행위', '수치스럽다'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하고 있다. 언론도 연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거센 역풍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말실수'라는 카드로 진화에 나섰지만 격앙된 분위기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ould(~했을 것이다)와 Wouldn't(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단어의 뜻 차이가 새삼 커 보인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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